반도체가 살린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코로나19 우려 여전(종합)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6.4조원, 기대치 상회하는 실적 발표
코로나19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탄탄

반도체가 살린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코로나19 우려 여전(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견조한 덕분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효과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1분기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소비 위축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이 부진한 것은 악재다. 3월 이후 주요 소비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2분기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가 살린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코로나19 우려 여전(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반도체 선방하며 영업이익 6조원 지켜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 전에 금융투자업계에서 내놓은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9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7일 이를 3100억원 웃돈 6조4000억원이란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뛰어넘은 것은 DS(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에도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3월 평균 2.94달러를 기록해 지난 2월 대비 2.1% 올랐다.


지난 1월 2.84달러로 13개월 만에 반등한 DDR4 8Gb D램 고정 가격은 2월 2.88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3월까지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름폭도 2월 1%대에서 3월에는 2%대로 확대됐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것은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재택과 온라인 수요가 늘고 서버와 PC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면서 제품 가격이 올랐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효과까지 뒷받침되면서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3조9000억원까지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분기 기록한 3조4400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늘면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신규 서버 증설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돼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다른 부문은 실적이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20의 판매량이 전작 갤럭시S10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CE(소비자가전) 사업부의 실적 역시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과 유로2020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되면서 TV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TV 판매량이 줄면서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부진했다. 디스플레이 실적의 상당부분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TV 패널에서 창출되는데 제품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적자전환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영향 본격화 2분기 실적 비상=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2분기 실적 둔화를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가 3월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지속되는 가운데 연계 사업부문인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돼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TV 역시 대형 스포츠 행사 연기로 2분기에도 부진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반도체는 2분기에도 견조한 서버 수요가 뒷받침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지만 주요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2분기 경영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며 "1분기에 비해 부진한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