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스크 있어요" 품절에서 판매중으로, 약사들 한숨 돌려

서울 약국들 "마스크5부제 정착 후 마스크 배급 수월해져"
"이제 약사 본업 집중할 수 있다…최악 지나간 느낌" 환한 미소
마스크 총생산·수입량, 3주 전보다 51% 증가

31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서울시 한 약국 출입문에는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31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서울시 한 약국 출입문에는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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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민준영 인턴기자] "힘든 시기는 지나간 것 같네요."


31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약국들이 몰려 있는 이른바 약국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로 인근 약국들은 '공적 마스크 판매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고 마스크 판매를 하고 있었다.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스크 재고 없음' 안내문이 붙던 2주 전과는 달리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불거진 '마스크 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약사들은 "제도가 정착된 뒤 마스크 영업이 수월해진 상황이다"라며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치솟은 마스크 수요를 안정화하고 국민에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에는 출생연도에 따라 1주일에 1인당 2매로 마스크 구매를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 마스크 공적 의무공급 물량을 기존 50%에서 80%로 확대하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마스크 생산 및 수입량도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3월 4주차(23~29일) 마스크 총생산 및 수입량은 1억1060만개로, 지난 1주차(2~8일) 공급량(7309만개)보다 51%(3751만장)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약국에 들어오는 공적 마스크 개수가 늘어나면서 마스크 배분에도 여유가 생겼다.


31일 오전 방문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약국.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31일 오전 방문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약국.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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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약국의 공적 마스크 판매는 매일 오전 9시 시작한다. 이날 1시간여 동안 업무를 본 남순필 보령약국 주임은 "마스크 판매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간혹 (구매자들이) 여전히 줄을 서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5부제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남 주임은 "처음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됐을 때 우리 약국은 하루에 200여 장의 마스크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500장께 입고된다"며 "물량에 여유가 생기니 마스크 배분도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또 손님들도 5부제에 적응을 한 뒤로는 개인당 두 장씩 판매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사들도 마스크 배분이 손에 익어 업무 효율이 늘어났다"며 "이전에는 마스크 두 매를 구매하려면 30분 전부터 줄을 서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줄 서는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5부제가 정착하기 전에는 마스크를 구하러 방문한 고객들이 폭증해 갖은 고초를 겪었다. 일부 약사들은 고객들의 고성·시비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마스크5부제가 처음 시행됐던 지난 5일 오전 7시께 서울 종로 5가에 있는 한 약국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마스크가 품절됐다. / 사진=아시아경제 DB

마스크5부제가 처음 시행됐던 지난 5일 오전 7시께 서울 종로 5가에 있는 한 약국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마스크가 품절됐다.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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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종로 한 약국의 A 약사는 "마스크 때문에 싸움이 빈번히 벌어졌다"며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약국에 와서 마스크를 달라고 우기는 고객들도 많이 만났다"고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가 동난지 오래인데 계속 마스크를 달라거나, 10분마다 와서 마스크가 재입고됐냐고 닦달하는 고객들도 많았다"며 "다른 곳에서 이미 마스크를 사놓고 이곳까지 와서 또 마스크를 구매해 가려는 사재기꾼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A 약사는 "시민들이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이제는 여분의 마스크가 남기도 한다. 오늘도 상당히 많이 남았다"고 직접 마스크를 한 움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종로 또 다른 약국 B 약사는 "드디어 마스크가 아닌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이제 최악은 넘어간 느낌이다"라고 환하게 미소 짓기도 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달에는 국내 마스크 수급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곧 시작되는 대단위 MB필터 증산을 감안하면 4월에는 마스크 수급 어려움이 조금 더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방역용 마스크 핵심원료인 MB필터 증산, 공정개선 지원, 수입물량 확보 등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새로운 공법을 개발하고 기존 생산라인을 전환해서 신속하게 증산을 추진한 여러 회사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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