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증액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사에게 지급하는 보수한도를 종전보다 33.3% 늘린 200억원으로 증액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사의 보수를 늘인다는데, 더구나 엔씨소프트가 적자도 아니고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반기업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사로서의 엔씨소프트, 업계의 리더로서의 김택진 대표, 그리고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올해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되었다. 99대 1로 대변되는 소득 불평등, 사회적 갈등, 기후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기업이 주주의 '소유물'이라는 19세기 미국 자본주의적 개념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중시하고, 종업원, 소비자, 거래기업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용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획기적이고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일본이나 독일기업이 경쟁력을 획득한 원동력으로서 '제도주의 학파'나 경영학에서 오래 동안 연구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신고용이나 소비자에 대한 존중, 사회적 가치로서의 기업 등은 모두 일본과 독일기업들의 강력한 성장 원동력이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이들 기업의 한계는 이 개념의 등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플랫폼기업의 등장은 단순 구매자가 아닌 기업 활동의 참여자, 나아가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적 요소로서의 소비자 역할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이번 이사보수 인상은 글로벌 사회의 흐름과 괴리된 하나의 현상을 보여준다. 2019년 김택진 대표의 연봉과 상여금을 보면 총 138억 3000만원이다. 여기에 올해 2월 주식 배당금으로 다시 137억원을 받으니 275억 3000만원을 김택진 대표가 혼자 챙기는 셈이다. 이 보수에는 가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부인 윤송이 엔씨 북미법인 대표와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의 보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윤송이, 김택헌 두 사람의 연봉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넥슨조차 가장 자본주의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두 사람의 연봉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혹시 두 사람의 급여를 올리기 위한 편법으로 이번 이사 보수 한도 인상을 하는 것은 아닌 지 의혹이 쏠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사회적 압력도 중요한 논란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인지 게임'인지를 둘러싸고 시민단체는 물론 게임업계내에서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김택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여기서 그는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에게 가장 공정하게 아이템을 나누어 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주장해 게이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두 개의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국내 매출 1위로 엔씨소프트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행성'이 강한 게임 매출로 이사 보수를 올리겠다고 하니 논란이 확산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성장에 공헌한, 특히 게임사의 '흙수저 임원'들의 보수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가족이 아닌 이사들의 공헌을 보상하고 싶으면 먼저 본인과 가족 3인의 연봉과 상여금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모호한 이사보수 인상이 아니라 자신의 연봉이나 상여금을 낮추거나, 자신의 주식을 주는 방법도 있다. 중국 화웨이만 해도 상장하지 않는 대신 매년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라 주식을 나눠주어, 직원 지분이 98.6%에 이른다. 엔씨소프트는 화웨이만 못한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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