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황윤주 기자] LG화학이 석유 시황 악화와 충당금 여파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수성에 실패했다. LG화학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3년 만이다.
◇'사상최대' 매출…수익성은 '기대이하'= LG화학은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8956억원으로 전년보다 60.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공시했다.
단 매출액은 28조6250억원으로 전년대비 1.6%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매출이 증가했지만 석유시황 둔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충당금 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ESS 관련 충당금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3761억원으로 전년보다 75.2%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역시 매출액은 7조461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ESS 충당금의 반영으로 -275억원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568억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인 차동석 부사장은 "미ㆍ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도 전지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ESS 관련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전사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며 "특히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부문의 계절적 비수기 및 시황 악화에도 견조한 수익성 유지, 전지부문의 BEP에 준하는 실적 달성 등 의미있는 성과도 거뒀다고 덧붙였다.
◇올해 매출목표 '상향조정'…미래 투자 6조원= 올해는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통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우선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중국 내 급격한 생산설비 증가 등에 따라 시황이 계속 악화됐으며, 사업이 회복세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과감히 진행한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3.4% 증가한 35조 3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시설투자(CAPEX)는 전년 대비 13.0% 감소한 6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사업전망으로 석유화학부문은 ABS, PVC 등 다운스트림 제품의 호조가 기대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의 가동률 조정 및 정기보수 등으로 추가적인 시황 악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지부문은 자동차 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가 지속되고, 신규 생산능력 및 수율 안정화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첨단소재부문은 OLED 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생명과학부문은 주요 제품의 판매 확대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한다.
차 부사장은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석유화학부문의 시황 안정화, 전지부문의 큰 폭의 성장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ESS 관련 충당금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고, 유럽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LG화학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LG화학은 다운스트림 제품 위주라 마진 약세는 덜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가능성 언급=LG화학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해 사업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 방식이 상당히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사업 부문이 한 회사에 같이 있어 장점도 많지만, 투자 우선순위 등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검토하게 됐다"며 "구체화되면 공시 등 관련 제도 범위 내에서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올해 자동차 전지 사업에선 10조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며 "신규 설비를 증설하고 있어 매출은 분기를 거듭할 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1분기엔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신규 설비 증설이 분기별로 안정화됨에 따라 연간으로는 한 자릿 수 중간대의 이익률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설비 규모는 약 100GWh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 20GWh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지 대응력 향상을 위해 전체 전지 설비 80% 이상을 유럽과 중국에 확보할 것"이라며 "이후엔 고객사와의 전략적 제휴 및 합작법인(JV)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수율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중"이라며 "일반적인 수율 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생산성 개선을 위해 생산성 라인의 자동화 비율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있어 지속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올해는 상반기에 신규라인 생산능력 증설이 몰려서 전반적인 수율과 생산성이 작년 대비 조금 떨어질 것이지만, 분기별로 개선돼 올해 하반기에는 수율이 정상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중국내 여러 운영업체와 생산기지가 있어 대내외적인 대응방안 검토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지방정부 지침에 따라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석유화학사업은 업종 특성상 바이러스 현황 보면서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서플라이 체인 붕괴에 대비하고 있고 물류가 어려운 중국 상황인만큼 다소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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