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호양학교 동종, 74년 만에 세상 밖으로

교육청 사무실에서 지리산 역사문화관으로 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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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육미석 기자] 구례교육지원청이 21일 전남 구례군에 호양학교 동종을 공식적으로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구례 호양학교 동종은 74년 만에 사무실 책장에서 지리산 역사문화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종은 1908년에 설립된 민족교육 기관 구례 호양학교에서 사용한 학교 종이다. 동종에는 태극기 문양 2개가 선명하게 양각돼 있다. 이는 윗면에 조각된 용과 함께 자주독립국을 상징한다. 구례 호양학교의 교육운동이 자주독립국을 지향한 민족의식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호양학교는 구례 출신 학자 왕석보의 후학들이 설립했으며, 우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 등 민족 지도자들이 운영을 지원했다. 교사 6명이 12년 동안 학생 100여 명에게 지리, 수학 등 신학문을 가르쳤다. 신문화 학교로는 담양 창평의숙과 함께 호남 인재 육성의 쌍벽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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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양학교는 일제의 말살 정책으로 1920년 폐교됐고 동종도 사라졌다. 1946년 호양학교의 후신인 방광 초등학교가 설립됐으며, 누군가 찾아와 방광 초교 교장실에 동종을 기증했다. 26년 만에 찾아낸 경위는 불분명하다.


이후 방광 초교가 폐교되면서 동종은 구례교육지원청으로 옮겨졌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순천대학교에서 보관했으며, 2017년 7월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구례교육지원청에서 다시 보관했다. 지난 16일 지리산 역사문화관으로 이전했으며, 21일 공식적으로 기증식을 했다.

이날 김순호 구례군수는 “호양학교 동종을 많은 국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큰 결정을 해주신 구례교육지원청 임윤덕 교육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호양학교 동종이 상징하는 민족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양학교 동종은 지리산 역사문화관 매천 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지리산 역사문화관은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 상가지구 인근에 소재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호남취재본부 육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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