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한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복장 규정 등을 강요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폭로가 나온 가운데 '대학 내 군기 잡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인턴기자] 전북 지역 한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복장 규정 등을 강요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폭로가 나온 가운데 '대학 내 군기 잡기'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대학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전북 모 대학의 악습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게시자는 '신입생 공지 내용'이라며 단체 대화방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해당 글에는 신입생이 지켜야 할 사항으로 연락양식, 복장 양식, 인사양식 등 세 가지 규정을 공지했다.
연락양식은 신입생이 선배에게 연락할 때 △쉼표, 물음표, 느낌표 등 이모티콘 사용 금지 △00시∼09시에 연락 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 표현 사용 △21시∼00시에 연락 시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표현 사용 △날이 바뀌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누구입니다'라는 문장 붙이기 △말끝마다 '선배님 혹은 교수님' 붙이기 △술을 마시면 반 부대(반 부대표)에 연락하고 반 부대는 이를 선배에게 알리기 △집 갈 때 간다고 연락하기 등이다.
복장 양식은 △스키니·찢어진 형태의 바지·흰 바지·슬랙스 바지 금지 △귀가 보이게 머리 묶기 △구두·키 높이 운동화 금지 △에어팟(무선 이어폰)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사양식은 교수, 조교, 선배 순으로 인사해야 하며, 교수가 있으면 선배들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3학년 선배가 있으면 2학년에게 먼저 인사하지 말라고도 안내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대학에서 스펙 쌓아서 일자리 구할 생각이나 해라", "이상한 관행 대물림하지 마라.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걸 하냐", "학교 망신 다 시킨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내 가혹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대학 커뮤니티에는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갑질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사진=연합뉴스
대학 내 가혹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대학 커뮤니티에는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갑질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3월 인천의 한 대학 신입생이 선배들의 갑질을 지적하는 글을 소속 대학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선·후배 간 '군기'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제보자는 "과는 밝히면 신상에 문제 될까 봐 안 밝힙니다. 내부고발하겠습니다"라며 "서비스학과 군기 막 때리거나 그러진 않지만 정말 심합니다.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오늘 교수님과 면담 후 자퇴 신청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호소했다.
이어 그는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인사 안 받으면 어디 덧납니까? '저희 과 군기 하나도 없다. 행복해요'하는 댓글 다 선배들이 지시 내린 겁니다"라며 "서비스학과 2학년 선배들 취업 안 되고 백수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적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학과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SNS 금지, 학교 주변 주점 방문 금지, SNS에 연인 사진 게시 금지 등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강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이 퍼지자 당시 누리꾼들은 "대학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믿을 수 없다", "선배라는 사람들이 후배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이상한 악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런 규정이 있는 학교가 진짜 있나"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는 군기 잡기 문화를 용인하는 학교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2018년 전국 20개 대학생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선배의 갑질을 경험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7.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갑질 유형으로는 '인사 강요'(34%)와 '음주 강요'(18.4%)가 1, 2위로 꼽혔다. 이어 '화장, 헤어스타일 등 복장 제한 강요'(10.7%), '메신저 이용과 관련한 제재'(10.4%), '얼차려'(10.2%), '성희롱'(3.9%), '일방적 폭행'(2.4%)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대학생의 79.6%는 대학 군기 문화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라져야 마땅하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는 군기 잡기 문화를 용인하는 학교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교수들도 군기 잡기 문화를 용인하고 있다"라며 "이런 문화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교수들도 분명히 가해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대학 내 위계질서, 군기, 얼차려 이런 문제가 한 7~8년 됐다.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 내에서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식의 행정이 이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군기 문화)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문제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다음 문제 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교육부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대학에 엄하게 요구하는 행정절차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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