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인천항 재개발 마중물 '상상플랫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상상플랫폼'은 2007년 지역 주민들이 국회청원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내항 재개발이 첫 삽을 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상상플랫폼 조성 사업이 올해 7월 해양수산부로부터 항만재개발 실시계획 승인을 받게되자 인천시는 하반기 착공을 예고하며 이 사업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켰다.


이때만 해도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25개 단위사업 가운데 우선 추진되는 마중물 3개 사업의 하나였기에 상상플랫폼의 연내 착공을 확신했던 인천시다. 하지만 시는 지난 12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더니 상상플랫폼 운영사업자인 CJ CGV가 사업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그 배경에는 재무구조 악화 등 CGV의 내부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착공을 눈앞에 두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CGV의 황당함은 물론이거니와, 공문을 접수하기 2주 전에야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는 시의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인천시가 대기업만 바라보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시민사회의 비아냥거림도 무리는 아니다.


상상플랫폼은 인천 내항 8부두에 있는 옛 곡물 창고를 리모델링해 3D 홀로그램 상영관·가상현실(VR) 체험관·영상스튜디오 등 첨단 문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702억 중 CGV가 300억원을 투자하고 20년간 상상플랫폼 운영권을 갖기로 했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인천항 재생사업이 대기업의 이윤 창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대기업이 사업에 참여해야 추진력에 속도가 붙고, 상상플랫폼 공간의 33%는 상업시설을 제한했다는 논리로 CGV의 사업자 선정을 밀어부쳤다. 결과적으로 인천시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지만 내항 재개발의 마중물인 상상플랫폼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사업자 재공모 여부 등 사업 추진 방향을 다시 확정해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또다시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되기에 지역사회에선 상상플랫폼 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이전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민 참여와 아이디어가 반영될 수 있도록 '민관협치위원회'를 구성해 공공성을 담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항만업계는 더 나아가 내항 재개발 사업을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인천도시공사가 사업기관으로 참여해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정부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플랫폼 사업은 사실상 지난 시정부에서 시작됐지만 1년 넘게 CGV에만 의존하다 헛발질을 한 지금의 시정부도 결코 책임이 적지 않다.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박남춘 시장이, 첫 단추를 잘못 꿴 상상플랫폼 사업을 어떠한 방향으로 다시 설계하고 마무리를 지을 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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