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에너지, 1조원 투자한 친환경 설비로 두마리 토끼 잡는다

1조원 투자한 SK에너지 거대 석유사업 프로젝트

완공시 연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 창출

친환경 설비 투자로 경제적가치·사회적가치 모두 잡아

조경목 사장 "사업모델 지속 개발로 DBL 성과 창출해 나갈 것"


▲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VRDS 공사 현장,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VRDS 공사 현장,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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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내년부터 시행되는 선박연료유의 황함량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해 저유황유만을 따로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곳은 SK에너지가 유일합니다. 이에 따라 매년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7일 찾은 SK 울산 CLX에서 만난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이처럼 말했다. SK 울산 CLX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공사현장에서는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큰 설비인 반응기에 연관 공정을 연결하는 배관작업과 계기 및 보온재 설치 등 막바지 작업이 분주했다.


VRDS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박용 연료유 황함량 규제에 부합하기 위해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로 생산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다. 반응기는 VRDS의 원료라 할 수 있는 감압 잔사유로부터 황을 제거하는 설비로, VRDS 공장의 핵심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규제로 꼽히는 IMO 2020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량이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되는 것이 골자다. 오는 1월부터 시행되는 이 환경규제에 따라 선박유 시장은 기존 벙커씨유 등 고유황 중질유 수요는 줄어들고,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이에 선제대응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자해 고유황 중질유 탈황설비 신설을 추진, 오는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가동하는 내년 3월이면 저유황연료유(LSFO)가 현재 일일 0배럴에서 4만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SK에너지가 생산하게 될 황함량 0.5% 저유황중유는 기존 3.5%인 고유황중유대비 황함량이 7분의 1에 불과해 황산화물 배출량은 1t당 24.5㎏에서 3.5㎏으로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매년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에너지는 VRDS라는 친환경 설비 투자로 경제적 가치는 물론, 환경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친환경 저유황 연료유 사업이 최근 유가변동성 확대 및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SK에너지 석유사업에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PIRA,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체 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가 일 3500만 배럴에 이르며, 이 중 약 56%인 일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들은 변동없이 고유황 중질유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 대비 설치 추세가 더뎌 저유황 중질요 공급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해상유 수요 변동을 예측한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와 함께 일찌감치 내년 수요 확대를 감안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TI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6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더블보텀라인·Doubl Bottom Line) 성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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