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하고 거지로 삽니다" 2030 플렉스 유행, 과소비 우려도

최근 10·20 세대서 '플렉스' 현상 확산
플렉스, 부·귀중품 과시한다는 의미
20대 명품이용 건수, 2년 전보다 7.5배 증가

명품 가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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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 대학생 A(21) 씨는 평소 갖고 싶은 명품 신발이 있어 두 달 간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두 달 월급을 신발 사는 데 모두 써버렸지만, A 씨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플렉스가 10대, 20대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이지 않나. 저뿐만 아니라 동기들이나 친구들 SNS만 봐도 '오늘도 플렉스 했다', '플렉스 인증'이라며 명품 구매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일단 플렉스 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플렉스(Flex)란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 등의 의미로 힙합 문화에서 파생된 용어로 최근 10·20 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플렉스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기리보이 등 국내 래퍼들이 사용하면서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래퍼 염따가 Mnet '쇼미더머니8' 출연 당시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며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바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플렉스 관련 콘텐츠는 쉽게 볼 수 있다. 유튜브에는 '구독자에 3억 아파트 증정', '상위 0.001% 다이아 수저의 삶. 5시간 안에 3억 쓰기', '상위 0.1% 금수저의 삶', '명품 FLEX' 등 제목을 단 콘텐츠들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들은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플렉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4만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오늘도 플렉스 해버렸다"면서도 "거지 돼서 당분간 외출 못 할 예정" 등의 말을 덧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 가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명품 가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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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플렉스 현상' 부작용이다. 자신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고가의 상품을 일단 사고 보는 식이다. 신용카드 결제 등 사실상 빚을 내서 소비하는 셈이다.


직장인 B(25) 씨는 최근 2년간 월급 대부분을 카드 할부를 갚는 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유튜브에 명품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지 않냐"며 "그런 영상을 많이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할부로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할부 값으로만 200만 원 정도가 나가는 것 같다"면서도 "할부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걸 산다. 그러다 보니 2년째 이런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비싼 외제 차를 타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유튜버는 '20대 7000만 원 외제차 풀할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20대에 외제차 샀다가 망한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외제차 샀다가 1년 만에 망했다. 지난해 외제차 7000만 원에 딜러할인 100만 원, 취·등록세 500만 원을 합한 총금액의 10%인 700만 원만 내고 나머지 6700만 원을 대출받았다"며 "차량 기곗값과 보험료까지 매달 162만5천 원이 나갔고, 거기에 기름값까지 하면 감당이 안됐다. 팔기 위해 알아보니 5000만 원이 나왔다. 결국 25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유튜브에는 '최저시급으로 200버는데 포르쉐 타는 카푸어', '월 200에 차 구입하면 망한다? 아닙니다', '20대에 외제차를 절대 사면 안 되는 이유', '카푸어 수입차 구입 후 인생 망할 뻔' 등 제목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페라리 자동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페라리 자동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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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현상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5명 중 1명은 유튜브 등을 통해 명품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멤버스 트렌드Y리포트를 보면 20대 응답자 중 26.7%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구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2분기 대비 2019년 2분기 전체 명품이용 건수는 3.5배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7년 3분기를 기준으로 7.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플렉스 현상은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 플랫폼에서 일종의 '과시 놀이'가 됐고, 일부는 과도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이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는 플렉스 현상이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 등 SNS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또는 유명인이 과소비하는 것을 본 뒤 비슷한 상품을 따라 사는 소비 동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같은 집단에 속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는 모방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조심리로부터 유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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