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포용성장으로 '완곡히' 표현됐던 소득주도성장이 최근 들어 다시 등장했다. 올해 3분기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각 청와대 대변인과 페이스북을 통해 '소주성'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홍 부총리는 "정부가 일관성있게 추진해 온 소주성, 포용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 본격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그동안 '소주성' 언급을 자제해왔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격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반면, 고소득층은 주52시간제 수혜를 누리면서도 소득을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내내 소득불평등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용한 표현은 '소주성' 대신 '포용성장'이었다. 기재부의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소주성 대신 '포용성 강화'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대통령과 경제수장이 일제히 '소주성'을 언급한 것은 소득하위20%(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7분기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홍 부총리는 "2015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통계가 '소주성'정책에 다시 한번 자신감을 불어넣을 만한 결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이 3분기 기준 지난해 5.52에서 올해 5.37로 개선됐지만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 기준 균등화 소득5분위배율은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다. 2017년 6~7배 수준에서 지난해 8~9배, 올 들어서는 아예 9배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 가운데 이전소득(공적+사적) 비중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세금주도성장''노인주도성장' 같은 신조어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근로장려세제 등 이전소득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 대신 재정을 통해 현금을 쥐어주는 정책효과가 지속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소득분배율이 반짝 개선됐다고 '소주성'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은 보다 확고해진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여건이 결코 녹록치 않고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반짝 개선에 소주성을 언급한 것은 일희일비와 다르지 않다. 정책효과는 역사가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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