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세안 공략 '전진 기지' 인도네시아 택했다…넘을 산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 협약식 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넥쏘 수소전기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 협약식 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넥쏘 수소전기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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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 첫 번째 완성차 생산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의 견제를 넘고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대안 카드로 급부상했다.


현대차 는 26일 오후 울산 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2017년 아세안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한 지 3년여 만의 결실이다.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내에 들어선다. 2030년까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총 15억5000만달러(약 1조8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25만대로 2021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생산 차종으로는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SUV와 소형 다목적차량(MPV) B-MPV 등과 더불어 전기차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거점은 미국(앨라배마)을 비롯해 중국(베이징·창저우·충칭·쓰촨), 체코(노소비체), 인도(첸나이), 터키(이즈미트),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브라질(피라시카바), 인도네시아(델타마스) 등 11곳으로 늘었으며 총 생산능력도 399만대까지 확대됐다.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딛는 현대차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97.5%인 일본차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현지 맞춤형 신차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수다. 여기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차와 독일산 고급 승용차 사이에서 전략적 입지를 잘 설정해야 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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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에서 가장 큰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이 성장기에 있고 구매 잠재력이 높으며 아세안 역내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차에 긍적적인 요소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시장은 2017년 약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약 449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일본 자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점과 자국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한 점도 향후 안착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며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아세안 지역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며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완성차와는 별도로 연간 5만9000대 규모의 반제품 조립(CKD)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생산과 판매 체계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BTO)'을 새롭게 적용해 고객 중심으로 바꾼다. 이는 소비자가 주문 시 제품 사양을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재고 관리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국적 딜러망도 조기에 구축한다. 2021년 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고객 접근성, 지역별 수요 등을 고려해 100여개의 딜러망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점차 확대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률이 102대에 불과해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 501대, 태국 256대, 중국 166대 대비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과도한 일본 자본 쏠림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 내 경계론,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 높아진 현대차의 품질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공략할 만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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