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니 델타마스 공단에 연산 25만대 공장 세운다

26일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 현대차 울산공장 방문서 협약식
2021년말 연간 15만대 규모 공장 가동…향후 25만대로 확대
현대차, 인니공장에 15억5000만달러 투자…아세안 시장 교두보
정의선 수석부회장 "인니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 아세안 발전에 지속 기여"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다.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생산 거점을 마련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자동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26일 오후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아이르랑가 하르탄토 경제조정부 장관,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원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7년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최적화된 공장 부지를 물색해왔다. 3년간의 시장 조사를 마친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市)의 델타마스 공단 내 77만6000㎡ 부지를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과 공장 설립, 운영비를 포함해 총 15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올해 12월 착공해 2021년말 15만대 규모로 가동을 시작한다. 이후 최대 생산 능력을 25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 중인 B세그먼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소형 다목적차량(MPV), 그리고 아세안 전략형 전기차 등이 검토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며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라며,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아세안 지역 발전에 지속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26일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왼쪽부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현대차가 이번 대규모 투자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 시장은 지난해 약 115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아세안 전체 시장도 2017년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449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해 아세안 지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약(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시 무관세의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계획이며, 호주와 중동 등 다른 국가 권역 수출까지 검토중이다. 완성차와는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조립)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상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현지와 긴밀히 소통하며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BTO)이 새롭게 적용되며, 온오프라인 연계 판매망인 '옴니 채널'을 현지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2021년말 공장 가동에 맞춰 고객 접근성과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100여개의 딜러망을 조기에 확보한다.

또한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 모빌리티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동남아 최대 호출서비스 '그랩(Grab)'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앞서 현대차는 그랩에 투자를 통해 싱가포르 그랩에 코나 일렉트릭 200대를 공급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전기차 관련 파트너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현대차 의 대규모 투자는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판단과 동시에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신남방 정책과도 맞닿아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10월에는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실질적인 타결을 공동 선언하며 관세 철폐를 시사했다.

협약식에 앞서 위도도 대통령은 정 수석부회장과 두 차례의 만남을 가졌으며 당시 현대차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공장을 방문한 위도도 대통령은 넥쏘 수소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웨어러블 로봇 등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며 현대차의 기술력을 칭찬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