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연합위기관리 범위 '미국 유사시'로 확대 요구

한국군, 중동 등 파병 가능성
한미동맹 새로운 시험대 올라
국방부 파병설 부인…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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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후 한미 연합위기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 유사시'로 확대하자고 한국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한반도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장에도 한국군을 보내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한미동맹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는 최근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해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내용을 개정하는 협의를 시작했다. 이 각서는 위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미 연합 대응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연합위기관리 범위는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한국 측에 '한반도 유사시' 뿐 아니라 '미국 유사시'에도 한미 연합군이 함께 대응할 수 있게 문구를 개정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반도 위기 때 뿐 아니라 미국이 생각하는 안보 위협 때도 한국군을 파병하자는 얘기다.


실제 각서에서 규정하는 연합위기관리 범위가 확대되면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통제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오랜 기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우려가 있다.


아직은 협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게 없지만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전작권 조기 전환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을 앞세워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연합위기관리 범위 확대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한국이 공정한 분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미국은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제11차 SMA 협상에서도 한국에 약 6조원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며 실속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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