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리더의 품격과 호연지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중국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맹자에게 물었다. "노인께서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이곳에 왔으니, 이로써 장차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것입니까."


맹자가 단호하게 답했다. "어찌 왕께서는 하필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이며 왕께서 이로움을 생각하면 대부들은 무엇을 가지고 우리 집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며, 백성들은 무엇을 가지고 내 몸을 이롭게 할까 생각해 위아래 삶이 서로 이익을 다투게 돼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맹자가 태어난 시기가 대략 기원전 372년으로 추정되니, 못해도 2000년 이상 전해지고 읽혔을 책 <맹자>의 첫 대목이다. 맹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강조한다. '이익을 보거든 의를 생각하며, 의롭다는 것을 안 뒤에 재물을 취해야 한다. 의롭지 않게 얻은 부귀는 뜬구름과 같다.' 조직과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의 사고(思考)와 판단(判斷) 그리고 행실(行實) 대한 일침이다.


한 대기업 총괄회장은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업무상 횡령ㆍ배임으로 실형을, 그의 아들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 다른 대기업 대표이사는 총수 일가의 횡령 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들으면 알만한 중견기업 전 회장은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최근 구속됐다.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한 협회 회장은 임직원과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구설에 오른 검찰은 민간의 비판적 지적에 사사건건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 조직의 수장은 이례적으로 개인과 조직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오래된 책의 가르침이지만 현실과는 여전히 괴리가 크다. 맹자는 시비를 혼동하지 않는 바른 마음,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의미하는 호연지기를 통해 그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더의 안목과 행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조직과 공동체에 내재된다. 맹자의 철학과 '게임이론'에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의 결과는 예외 없이 공멸로 이어진다. 리더는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며 행실과 판단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신중함을 견지해야 한다. 부디 어리석음이 애꿎은 공동체와 조직을 해치는 비극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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