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별난 물질' 활용성 높일 기술 개발

나노선 위상물질 측정기술 개발…양자소자 혁신 기대

서준호 KRISS 양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나노역학소자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서준호 KRISS 양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나노역학소자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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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은 일반 금속이나 반도체 등과 다른 특성을 지녀 '별난 물질'로 불리는 위상물질의 활용성을 높일 측정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위상물질은 '위상학'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물리학에 도입한 것으로 이를 통해 데이비드 사울리스 워싱턴대 교수, 던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털리츠 브라운대 교수가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KRISS는 양자기술연구소 서준호 책임연구원과 쾰른대 김건우 연구위원 공동연구팀이 머리카락 1000분의 1 굵기인 나노역학소자의 공진 주파수를 분석해 위상물질의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백 나노미터 굵기의 위상물질 나노선 기반 역학소자를 제작, 위상물질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전자상태밀도에 대한 신개념 측정 기술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위상절연체인 '비스무스셀레나이드' 화합물로 나노선을 만든 다음 금속 박막 전극에서 수십 나노미터 떨어져 진동하도록 해 전극을 통해 역학적 공진을 측정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역학소자는 나노선의 양쪽을 고정하고 띄운 형태로 기타 줄을 연상시킨다. 기타 줄을 튕기면 공진하듯 나노선도 공진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이 때 물질의 위상상태, 즉 '구멍의 수'를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위상물질의 전기적 특성은 물론 상태밀도에 따른 공진주파수 변화까지 동시에 측정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 이와 같은 실험결과가 나노선의 진동과 그 표면에 존재하는 전자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양자현상에 기인함을 이론 계산을 통해서 명확히 밝혀냈다. 서준호 책임연구원은 "대표적인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가 나오기 전까지 실리콘이라는 반도체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만 수십 년이 걸렸다"며 "이번에 개발한 역학적 공진 기반 측정기술 또한 큐빗,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미래 양자소자에 활용할 수 있는 위상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게재됐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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