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고문 부정위촉' 황창규 KT 회장 20시간 경찰조사…혐의 대체로 부인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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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을 받는 황창규 KT 회장이 경찰에 출석해 20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황 회장은 12일 오전 3시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빠져나왔다. 전날 오전 7시10분께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된 지 19시간50분만이다.

황 회장은 조사가 끝난 뒤 의혹을 인정했는지, 어떤 점을 소명했는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경찰청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황 회장을 상대로 경영고문을 위촉한 배경과 이들의 역할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황 회장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정치권 인사와 퇴역 군인,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 및 경찰 등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뒤 고액의 급여를 주고 각종 로비에 이들을 활용한 의혹을 받는다.

앞서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3월 황 회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 등 의혹에 대해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황 회장이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20여억원의 보수를 지출하고 각종 로비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4월 이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도록 지휘했고, 경찰은 7월 KT광화문지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세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경영고문 위촉 과정의 배임 혐의를 밝힐 자료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에는 황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 사장과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 회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하면서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며 "조사 필요성에 따라 황 회장을 다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KT새노조 측은 전날 성명을 내고 "경영고문 사건의 핵심은 이들의 일자리 자체가 로비에 활용됐고, 채용 이유나 경영고문으로 무슨일을 했는지 철저히 비밀로 부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황 회장 이후 KT는 불법정치자금 사건, 국회의원 등 자녀 채용비리, 최순실 게이트 등 각종 정치권 로비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며 '로비 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안타깝지만 사법부의 처벌만이 부패한 KT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새노조는 "공정한 채용과 비리 없는 사회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KT 사건 수사는 사회 정의가 작동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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