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허위자백했다"던 '화성 8차' 범인, 피해자 방 가구 위치까지 정확하게 진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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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결론이 나 범인까지 붙잡힌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8차 사건의 진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는 당시 혹독한 고문 때문에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한 반면, 사건의 수사관계자는 윤씨가 현장검증에서 피해자 방의 가구 위치까지 정확하게 지목했다는 것이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씨는 1988년 9월 화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이듬해 7월 검거됐다. 윤씨는 같은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해서 무기징역을 받았으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거 당일 범행을 시인했던 윤씨는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윤씨의 자백 내용과 관련해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고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윤 씨의 항소를 기각했고 3심은 1·2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과거 경찰의 부실 수사와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냈다는 무리한 수사 등 경찰에 대한 비난에 쏟아져 나왔다.


다만 당시 수사 관계자의 설명은 윤씨가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언니를 덮치려 했으나 방에 들어가니 동생(피해자)이 있었다. 강간 후 목을 졸랐다"는 등의 진술을 했고, 현장검증 당시에도 사건 이후 비워진 피해자 방에서 책상 등의 가구 위치를 정확하게 지목했다.

또 피해자의 방에서 발견된 체모와 정액에서 역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게 수사관계자의 주장이다. 당시 체모와 정액으로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점을 알아냈고, 당시 진안리의 같은 혈액형을 가진 남성 800명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의뢰했다. 이를 통해 30여 명을 추려 전문기관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맡겨 체모에서 다량의 티타늄 성분이 검출된 윤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기계수리점이나 나염공장에서 티타늄 성분이 많이 배출되는데, 윤씨는 당시 농기구 수리점에서 인부로 일하고 있었다.


한편 최근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가 이 사건마저 자신의 짓이라고 자백하면서 8차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또는 소위 '소영웅심리'로 하지 않은 범죄 사실에 대해 허세를 부리며 거짓 자백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빙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씨의 주장대로 8차 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이 난다면 과거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우고 20년을 강제 옥살이 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 씨가 자백한 모든 사건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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