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후폭풍'…은행 사모펀드, 한달새 6000억 빠져나갔다

은행 사모펀드 판매잔액 한달만에 5800억 감소…대부분 우리은행서 이탈
원금손실 우려 파생형 사모펀드 판매 확 줄고, 안전한 연리 1% 정기예금엔 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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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투자자들이 원금 대부분을 잃은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이후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연 1%대인 정기예금으로는 돈이 몰리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8조5851억원으로 7월말(29조51억원) 대비 5800억원 감소했다.

증권사는 같은 기간 5조6519억원, 보험사는 839억원, 기타 판매사는 4328억원 판매잔고가 증가했는데 은행만 줄어든 것이다.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한달만에 5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은 2017년 10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중 특히 파생형 상품 판매잔고가 한달새 3112억원 줄어 가장 큰폭으로 감소했다. 이번에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낸 금리 연계 DLS가 대표적인 파생형 상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8월초부터 DLS 손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가 갑자기 감소했다"며 "특히 원금 손실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줄었다는 점에서 DLS 쇼크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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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를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적게는 원금의 60%, 많게는 원금 100% 손실을 안긴 우리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7월말 7조5533억원에서 8월말 6조9789억원으로 5744억원 급감했다. 사실상 전체 은행 감소분(5800억원)이 우리은행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에 논란이 된 파생형 상품뿐 아니라 다른 사모펀드 유형에서도 투자자 이탈이 일어났다. 파생형 판매잔고는 7월말 1조2563억원에서 8월말 1조1425억원으로 1138억원 줄었는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형 판매잔고까지 같은 기간 3조724억원에서 2조7875억원으로 2849억원이나 감소했다.


영국ㆍ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 DLS를 판매해 마찬가지로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힌 KEB하나은행도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7월말 3조8301억원에서 8월말 3조6344억원으로 1957억원 줄었다.


다른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오히려 늘었다. KB국민은행은 5조7757억원에서 6조54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4조8118억원에서 4조8261억원으로 한달새 각각 2792억원 증가했다.


반면 DLS 사태에 화들짝 놀란 개인ㆍ법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위주로 몰리면서 정기예금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월말 기준 504조9084억원으로 7월말(496조3991억원) 보다 8조5093억원 급증했다. 전월 증가분(4조6978억원)의 두 배로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9월말 정기예금 잔액도 전월 대비 2조1961억원 늘어난 507조1045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수십억원 규모로 여유자금을 굴려 온 중소 법인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상품 만기시 재투자보다는 안전한 정기예금 예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DLS 사태로 전반적인 자산관리영업이 크게 위축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DLS 검사로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확인됐고, 그 원인 중 하나로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성과 평가 체계가 지목되고 있다"며 "은행의 자산관리 영업 위축 흐름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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