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자본시장 확전?…"나스닥, 中 중소기업 IPO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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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10~11일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국간 무역전쟁이 자본시장으로까지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Nasdaq)이 승인을 늦추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 중소기업들의 기업 공개(IPO)를 제한하고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 관계자ㆍ기업 경영진 등이 전했다.

나스닥의 이같은 시도는 중국 중소기업들의 나스닥에서의 IPO가 미국 기업들보다는 중국 쪽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나스닥 측은 중국 중소기업들이 상장되더라도 매우 적은 양의 주식만 거래되는 데 이는 대부분의 주식을 내부 소수 주주들이 보유하기 때문이며, 가격 변동성도 커 미국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된 '111Inc'라는 중국 중소기업은 IPO를 통해 약 1억달러를 조달했는데, 투자를 받았다기 보다는 주로 기업 경영진들의 '커넥션'을 통해 모아진 자금이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각에선 지난 1년여 동안 양국이 벌여온 무역전쟁이 기업 투자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신은 "무역과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나스닥의 소규모 중국 IPO에 대한 억제 조치는 세계 양대 경제국 간의 금융 관계에서의 가장 최근의 불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나스닥 측과 미 재무부는 일단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나스닥 측 대변인은 "우리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질은 모든 자격을 갖춘 기업들에게 공정하고 차별이 없는 접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미국의 증권거래소들의 법적 의무는 미국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활기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도 전날 이메일 성명을 내 "현 시점에선 미국 증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접근 제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나스닥은 지난해 10월 중국 중소기업 등의 IPO 요건과 관련된 규정을 바꿨으며,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상장 규정을 만들어 주식의 평균 거래량 요건을 늘렸고, 한 회사 주주의 최소 50% 이상이 각각 2500달러 이상을 IPO때 투자해야 한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지난 6월엔 미국과 연계된 이사진, 경영진, 주주, 경영자 등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의 상장은 연기될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랠프 드 마티노 미국 시프 하딘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에 대해 "중국 중소기업 IPO에 의해 초래된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에 대한 나스닥의 우려는 2018년 중반 이래로 매우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또 다른 주요 주식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스닥과 같은 규칙 변경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27일 블룸버그통신, 미 CNBC방송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증시 상장 폐지, 미국 공적연기금의 중국 자본시장 투자 제한 등 규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이같은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뉴욕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당일 S&P500지수는 0.5% 하락했고, 특히 알리바바그룹, 바이두 등 뉴욕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미 재무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당국자들이 지난 수주간 이같은 규제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주도하에 당국자간 회동이 개최됐다"면서 "여전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국장과 스티브 배넌 등 트럼프 대통령 주변 대중국 매파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NEC와 재무부는 시장의 반응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라도 투자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자본시장에서의 중국에 대한 규제는 미 의회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 의원은 미국 공적 연기금 및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미국 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날 미 CNBC는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 제한이 타격을 줄 수는 있어도 미국 또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도 지난 27일 CNBC에 "서로 상대방에게 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중국은 향후 205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이같은 조치가 강행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금안위)는 지난 27일 제8차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양방향 개방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추진하고 외국 금융기구와 자금의 중국 금융시장 투자를 장려하기로 하며 이를 통해 중국 금융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오는 10월10~11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또 다른 불씨가 될 지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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