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9> 통증을 이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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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히 조치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문제가 커져서 최악의 경우에는 하나뿐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문제를 조기에 알려주는 것이 통증의 고마운 사명이다. 우리가 통증 덕분에 몸에 생긴 문제를 알아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조기경보시스템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통증 이길 장사 없다고 해야 할까? 극심한 통증은 삶의 질을 맨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는데, 통증은 잘 낫지 않기 때문에 통증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예방하지 못하고 일단 통증이 생긴다면, 통증이 생긴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해결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모든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통증은 종류도 많은데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거기다 통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다른 원인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이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을 모두 알아서 예방하거나 치료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는 통증을 유형별로 구분하는 방법이 좋다. 통증은 흔히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허리통증, 두통처럼 통증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며, 조직 손상에 의한 통증, 신경 손상에 의한 통증, 그 밖의 경우로 나누어 분류하기도 하는데, 마지막 방법이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통증은 뼈나 근육과 같은 조직 손상에서 온다. 조직은 구조가 비슷한 세포들이 모여 특수한 기능을 하는 세포들의 집단을 말하며, 흔히 피부와 같은 상피조직, 뼈나 힘줄, 인대와 같은 결합조직, 골격근과 같은 근육조직, 신경세포들로 구성된 신경조직의 넷으로 구분하는데, 상피조직이나 결합조직, 근육조직에 생기는 손상이 신경조직을 통하여 뇌로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조직 손상에 의한 통증은 날카로운 물건에 베이거나 뼈가 골절되는 경우처럼 사고로 생길 수도 있고, 암이나 관절염과 같이 질병으로 생길 수도 있으며, 암 치료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또한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오랫동안 많이 손상될 때 생기기도 한다.


암환자의 통증은 암으로부터 생기는 통증과 암 치료 때문에 생기는 통증의 두 가지가 있다. 암 통증은 암이 신경과 뼈, 장기를 압박하는 데서 온다. 암 치료로 인한 통증은 암을 절제하는 수술을 할 때 후유증으로 생기거나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부작용으로 신경이나 장기를 손상시켜 생긴다.


신경이 손상되는 유형은 다양한데, 신경손상으로 생기는 통증(신경병증 통증)은 잘 낫지 않아 만성 통증이 많다. 신경이 손상되는 원인으로는 각종 사고로 당하는 부상이 흔한데, 부상이 치유된 이후에도 통증은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매독 등의 감염이나 대상 포진과 그 이후에 나타나는 신경통도 신경병증 통증의 원인이 된다.


뇌졸중이나 다발성 경화증, 암 등의 질병으로 중추 신경계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통증과 당뇨병으로 손발이나 팔다리의 신경이 손상되는 당뇨성 말초신경 병증, 루게릭병과 같은 운동뉴런 질병처럼 각종 질병 때문에 신경병증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암 환자의 통증 가운데는 신경조직을 압박하거나 암 치료로 인한 신경조직의 손상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밖에 정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심인성 통증도 있다. 심인성 통증은 대부분 조직이나 신경의 손상에서 출발하지만, 두려움이나 우울증, 스트레스, 걱정과 같은 정신적 요인에 의해 통증이 커지고 오래 지속되는데, 통증이 심리적 상태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생긴다면 통증에 집중하지 말고, 통증이 생긴 원인이 어떤 조직 손상에 의한 것인지, 어떤 신경 손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것인지 잘 생각해 보고, 원인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잠시 완화되더라도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내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버리지 않는 한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김재호 KB자산운용 경영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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