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쓰레기 치우고 기뻐한 주한 외교사절단

'국제 연안 정화의날' 행사 참가해 미리 쌓아둔 쓰레기 치워
이벤트성 행사로 외교 결례
해수부 장관 "거짓과 가장 더해지면 행사 취지 무색" 사과
외교부 "언급 적절치 않아"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주한 외교 사절단이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를 위해 전남 진도까지 내려가 가짜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정부가 계획한 연안 정화활동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은 물론 외교적 망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국제 연안 정화의날 행사에 참석한 주한 외교사절단이 청소한 해안가 쓰레기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국제 연안 정화의날 행사에 참석한 주한 외교사절단이 청소한 해안가 쓰레기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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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9회 국제연안정화의 날' 행사에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주한 라트비아 대사 등 30여명의 주한 외교단이 참석했다. 이 행사는 유엔(UN)환경계획 후원으로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된 세계적 해양환경운동이다. 매년 9월 셋째주 토요일을 전후로 100여개 국가에서 약 50만명이 참여하는 이벤트인 만큼 외교부도 주한 외교사절단을 초대했다.


사절단은 해안가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연안 정화활동에 참여해 페트병, 밧줄 등 각종 쓰레기를 자루 가득 담아냈다. 바이바르스 대사는 이날 열린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바닷가를 청소하는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사절단이 우리나라의 해양 폐기물 수거 활동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의미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미를 부여했다.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주한 라트비아 대사(오른쪽)가 지난 20일 전남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해안 정화활동을 하던 중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라트리아 대사관 페이스북)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주한 라트비아 대사(오른쪽)가 지난 20일 전남 진도 가계해수욕장에서 해안 정화활동을 하던 중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라트리아 대사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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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사절단이 수거한 쓰레기는 진도군이 행사를 위해 몰래 해안가에 쌓아둔 것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행사를 주관한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가장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됐다"고 사과하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측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사절단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맞다"며 "사절단이 수거한 쓰레기가 진도군이 쌓아둔 것인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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