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무임승차 스톱①] 트래픽 60% 쓰는데도 '공짜 억지'

넷플릭스, 페북 등 글로벌 ICT 기업들 '한국은 봉'
막대한 망 증설/보수 부담 이통사가 모두 떠안아
'망 사용료 法 계정' 韓 보호무역 강화 비춰질 우려
EU와 보조 맞추며 해외 정책 벤치마킹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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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재주는 이통사가 부리고 부리고 돈은 유튜브가 버는 구조다. 이런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은 유튜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16일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국내 무선 인터넷 트래픽 60%를 차지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한푼 내지 않는데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5G 시대를 맞아 국내 무선망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지고 있는 혜택을 글로벌 기업들이 고스란히 누리면서도 망 사용에 따른 당연한 의무를 외면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망 증설ㆍ보수 부담을 안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무선망을 공짜로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망 사용료 근거 마련 시급"= 아시아경제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 다수가 '관련 법안을 속히 통과시키는 등 조속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는 변재일ㆍ김경진ㆍ유민봉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망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안들이다. 이번 설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가장 적절한 해법이라고 답한 것은 변재일 의원이 발의한 '해외 사업자의 서버설치 의무화'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제공사업자는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 자체 서버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을 국내 법ㆍ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낳아 결과적으로 세금 징수와 각종 규제의 근거가 된다. 실제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은 서버가 있는 미국의 이통사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 의원은 "글로벌 사업자는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국내 수익을 독식하는 수준에 다다랐지만 망 투자 등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기여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민의 삶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을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공정한 시장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유튜브ㆍ넷플릭스 등 트래픽 60% 차지 = 이번 설문에서는 김경진 의원이 발의한 '해외 콘텐츠사업자(CP)의 품질유지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유민봉 의원이 발의한 '부가통신 사업자 차별을 금지' 법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여당 중진 의원은 "관련 법안은 물론 구글세 도입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회가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무임승차가 전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 8월 기준 국내 무선 인터넷 트래픽의 약 40%를 유튜브가 소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등을 합치면 전체 트래픽의 60% 이상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초고속 통신망의 안정된 인프라의 혜택을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는 셈이다. 이통 업계가 스스로를 '재주를 부리는 곰'으로 비하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 다국적 대응 필요 = 이번 설문에서 응답 의원 5명은 "5G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통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응답했다. 5G 산업 진흥을 위해 인프라와 생태계 지원 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필요하지만 규제의 틀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기존 통신 관련 규제들로 충분하다는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샌드박스 등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는 5G 생태계 구축이 어렵다는 답변도 있었다. 네거티브 방식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는 국회의 규제 마련이 한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편을 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망사용료 부담을 위한 각종 입법, 법개정 등의 움직임이 자유무역협정(FTA) 규정 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구글은 통신사의 망사용료 지급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망사용료를 낼테니 통신사도 우리 서비스 운영 비용 일부를 부담하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럽 등 해외 주요국과의 공조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설문에 참여한 여당 중진 의원은 "미국에 대한 안보ㆍ무역의존도가 크고 통상마찰의 타격도 훨씬 클 수 있으므로 국제적인 규제에 앞장서기보다는 유럽연합(EU)과 긴밀히 보조를 맞추면서 프랑스 등 규제에 적극적인 나라들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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