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을 위한 적극행정, 마음껏 펼치는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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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철을 앞두고 해안 도로가 유실돼 인근 주택이 재난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재해 대비 공사를 위해서는 면허 관청과의 협의가 필수이지만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그런데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하면 절차 위반으로 징계가 예상된다. 독자가 담당 공무원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또한 담당 공무원이 협의 완료 없이 공사를 추진해 재난 위험을 막았다면 징계를 해야 할까?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나중에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구글의 혁신과 성공 비결로 꼽힌다. 위 사례의 공무원에게 '공익을 위한 능동적인 행정의 경우 징계를 받지 않는다'라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주민 안전을 위한 공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적 안전감은 아직 공직사회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적극 행정을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성실하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여러 면책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적극 행정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4차산업 시대를 맞아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행 법ㆍ제도가 미처 반영하지 못하는 기술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기존 관행대로 법령을 해석하고 운영한다면 그 분야는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장려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이런 배경하에 '적극 행정 운영 규정'이 최근 제정됐다. 적극 행정 운영 규정은 각 법령에 산발적으로 규정돼 있던 면책제도를 포괄하고 추진 체계부터 지원 방안, 성과에 대한 보상까지 적극 행정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담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기관별로 적극 행정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전담 부서를 지정하는 등 기관장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다. 또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설치하며, 일선에서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적극 행정 업무 처리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적극 행정의 실행을 지원한다. 아울러 기관별로 적극 행정 우수 공무원을 선발하고 성과에 따라 특별 승급 같은 인센티브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등 적극 행정 성과에 확실하게 보상한다.


적극 행정 공무원에 대한 보호와 지원도 강화한다. 현장에서 적극 행정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데는 앞서 언급한 심리적 안전감이 공직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적극 행정을 추진한 경우나 감사기구 또는 지원위가 제시한 의견대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징계 등의 책임을 면제받게 한다. 만일 형사 고소ㆍ고발을 당하거나 민사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 소송대리인 선임 등 법률적 지원도 병행한다. 마지막으로 소극 행정에 대해 징계 요구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하고, 소속 공무원이 소극 행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교육 및 홍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글머리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어떤 선택과 결과가 이어졌을까? 실제 사례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면허 관청과 협의를 완료하지 않고 공사를 해 감사를 받았다. 그러나 주민의 안전을 시급히 확보하기 위한 적극 행정으로 인정돼 면책됐다. 이 공무원과 주변 동료들은 향후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적극 행정을 펼칠 확률이 높다. 적극 행정 운영 규정은 위와 같은 사례를 안정적으로 제도화해 공직 사회 내 적극 행정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극 행정 과정에서 생기는 과오는 면책하고 그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사례가 증가할수록 적극 행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이에 동참하는 공무원 또한 증가할 것이다. 책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공익을 위한 사명감이 적극적으로 발휘되는 공직 사회를 기대해본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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