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힘을내요 미스터리' 이 시대 필요한 착한영화 탄생, 111분의 행복

[이이슬 연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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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불끈 근육을 불둑이며 밀가루 반죽일 바닥에 내친다. 적당히 치댄 반죽을 썰어 넣은 칼국수를 먹기좋게 담아 손님들한테 가져가는 일상 속 철수(차승원 분)는 대복 칼국수에서 동생 영수(박해준 분)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철수 앞에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이 나타난다. 아픈 샛별이는 함께 병과 싸우는 친구를 위해 대구로 향한다. 여기에 우연히 철수가 동행하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철수와 샛별의 부성애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철수가 왜 아픔을 갖게 됐는지 차근차근 더듬어간다. 자극적인 웃음도 없다. 차승원은 원조 코미디 대가답게 익살스러운 매력을 뿜지만, 반전 후반부를 의식한 듯 과도한 웃음을 위한 장치를 지양하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이계벽 감독의 진심이 여기에 있다.


메가폰을 든 감독이 욕심을 내고자 하면 차승원을 잘 활용해 기가 막힌 웃음을 뽑거나, 관객들을 웃지 않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유연하게 조절해 웃음과 감동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후반부, 차승원이 연기한 철수가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임이 드러난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화재로 인해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남긴 안타까운 사고. 영화는 관객들을 그 안타까운 현장으로 어느새 데려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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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건을 '불행의 포르노'로 소비해버리지 않는다. 희생자들에 대한 묘사를 지양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최대한 집중한다.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억지 신파도 없다. 이는 영화가 가진 힘이다.


차승원은 다수의 다크한 영화 속 이미지와 예능을 벗고 철수를 잘 입었다. 배우가 욕심을 내고자 하면 얼마든지 낼 수 있었겠지만, 그는 작품을 위해 온전히 배역에 녹아드는 영리한 연기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이처럼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미덕은 무공해 매력에 있다. 자극적인 설정과 이야기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충무로에 유의미한 '착한 영화'의 탄생이 반갑다.


'럭키'로 700만 관객을 모은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11일 개봉.


이이슬 연예기자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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