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해파리·불가사리·갯끈풀은 위험해?

아무르불가사리의 포식 모습. '바다의 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포식성이 강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무르불가사리의 포식 모습. '바다의 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포식성이 강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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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막바지 피서 인파가 몰리고 있습니다. 바다로 가시는 분들은 벌써 차가워진 바닷물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바다에서는 찬 바닷물 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해해양생물'과 '유해생태계 교란생물'에 대해서도 나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염된 바닷물에는 들어가지 않겠지만, 유해해양생물과 유해생태계 교란생물이 없는 바다를 고르기는 어렵습니다. 전세계 어느 바다에도 유해해양생물과 유해생태계 교란생물은 존재하니까요. 그래도 종류라도 알고 있다면 피하거나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해해양생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해양생물'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유해해양생물은 식물플랑크톤 5종, 자포동물 5종, 극피동물 2종, 태형동물 3종, 식물 등 모두 17종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식물성플랑크톤 중 디노피시스, 슈도니치아, 알렉산드리움, 차토넬라, 코클로디니움 등 5종을 유해해양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코클로디니움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코클로디니움은 한국을 포함한 극동해역에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유해 적조를 일으킵니다.


물고기의 아가미에 딱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유발해 물고기가 폐사하게 됩니다. 여름철 양식어가에 많은 피해를 입히는 식물성플랑크톤으로 적조의 원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치다 가장 섬뜩한 경우는 팔이나 다리에 해파리가 걸릴 때입니다. 해파리는 자포동물입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상자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등 5종이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돼 있는데 그 가운데 국내 연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보름달물해파리'를 주의해야 합니다.

아쿠아리움 등 실내 수족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보름달물해파리'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쿠아리움 등 실내 수족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보름달물해파리'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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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물해파리는 매년 여름이면 다량 나타나는데 그물 등 어구를 손상시키고, 함께 잡힌 물고기의 품질도 떨어뜨려 국내서만 매년 3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키우기가 어렵지 않고 형태가 아름다워 수족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종이기도 한데 독성은 약하지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유해해양생물입니다.


극피동물 중에서는 별불가사리와 아무르불가사리 등 2종이 유해해양생물에 포함됩니다. 둘 중 아무르불가사리가 큰 피해를 입히는 종입니다. 국내 바다를 주름잡는 불가사리로 포식성이 강해서 '바다의 해적'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엄청난 양의 전복과 피조개, 바지락 등을 먹어 양식장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5~6월경 한 마리가 수백만 개의 알을 낳고, 새로운 지역에 전파될 경우 기존 생태계를 교란·파괴시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 포함돼 있는 무서운 불가사리입니다.


관막이끼벌레, 세방가시이끼벌레, 자주빛이끼벌레 등 태형동물 3종과 갯줄풀(갯끈풀), 영국갯끈풀 등 식물 2종도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돼 있는데 이 중에서는 식물종인 갯끈풀과 영국갯끈풀이 골치입니다. 원산지는 유럽, 북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갯끈풀은 100~250㎝까지 성장하는데 갯벌에 침입해서 원래 살고 있던 토종 갯벌식물이나 조개류, 게 등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갯벌의 육지화를 유발합니다. 다른 식물과 교잡한 잡종의 번식도 왕성해 '갯벌 파괴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강화도와 서해안 지역 등에 서식하고 있는데 역시 IUCN의 '세계 100대 침입종'에 지정돼 있습니다.


갯끈풀은 유해해양생물이면서, 유해생태계 교란생물로도 함께 지정돼 있습니다. 유해생태계 교란생물 중 국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종은 척삭동물인 유령멍게입니다. 유령멍게는 유생시절에는 부유하다가 성체가 되면 양식장 시설물이나 선박 밑, 교량 등에 붙어 대량 번식하면서 양식장과 선박운행에 큰 피해를 줍니다.

'갯벌파괴자'로 악명이 높은 갯끈풀. 해양생태계 교란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100대 침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갯벌파괴자'로 악명이 높은 갯끈풀. 해양생태계 교란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100대 침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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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빨라 여름철에는 1개월이면 성체가 돼 알을 낳는데 몸길이는 8㎝ 정도이며, 멍게류와 달리 겉껍질이 무색투명하고 연한 한천질이어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몸에 달린 뿌리모양의 돌기로 다른 물체에 붙어서 서식하고, 야간에는 몸이 약간 발광한다고 합니다. 대서양에서 유입돼 국내 연안 전반에 분포돼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해양유해생물과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의 제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갯끈풀 생태조사와 제거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고, 보름달물해파리의 폴립(유생)도 탐색해 제거하고 있습니다. 보름달물해파리의 폴립 1개는 최대 5000여개의 큰 해파리 성체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양유해생물과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의 발생과 유입은 연안개발과 해양오염,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합니다. 매년 학회 등에 보고되는 해양유해생물과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의 종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쓰레기나 오염된 물·액체 등을 버리지 않는 작은 실천이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바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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