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왕' 구글, 애플 제쳤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지난 10년간 애플이 지니고 있던 기업 '현금왕' 자리를 뺏었다. 현금 보유규모가 크다며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던 애플이 유보금을 줄여나가면서 현금왕 1위 자리가 뒤바뀌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의 현금 및 유가증권 보유규모는 최근 1170억달러(약138조5000억원)로 집계돼 2017년 말에 비해 200억달러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애플은 같은 기간 현금 및 유가증권 보유규모가 1630억달러에서 1020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애플은 6년 전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을 시작으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유보금을 줄이라고 압박하자 최근 18개월간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렸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회사가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알파벳은 유보금을 늘려나갔다. 자금을 주식 매수나 배당에 사용하기보다는 자금을 비축해 신시장에 투자하는데 집중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뉴욕 등에 사무실을 매입하고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2017년 130억달러였던 자본 사용 규모를 지난해 250억달러까지 늘렸음에도 유튜브의 급성장에 따른 검색 광고 사업을 통해 현금 보유고를 늘렸다.


다만 FT는 앞으로 알파벳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알파벳의 이사회가 최근 자사주 매입용 예산에 250억달러를 추가하도록 승인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알파벳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재원으로 총 375억달러를 배정해 놓은 상태다.

월터 프라이스 알리안츠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새로운 계획을 갖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잘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돌려주고 덜 버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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