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 죽었다” 커지는 노딜 우려에 파운드화 급락…2년4개월래 최저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왼쪽)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왼쪽)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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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합의안은 죽었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잇따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강경 발언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2년4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시나리오가 3개월 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여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 떨어진 파운드 당 1.2230달러대에 거래됐다. 이는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전장보다 1.3% 낮아졌다는 의미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며 EU탈퇴 협상을 공식 개시한 2017년3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파운드화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최악의 한달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하락폭만 3.4%에 달한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5월 대비로는 7% 이상 급락했다. 한달 기준, 3개월 기준, 6개월 기준을 통틀어서도 미국 달러화 대비 가장 가치가 급락한 주요국 통화로 꼽힌다.


네덜란드 ING은행 측은 "새로 출범한 내각이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동시 탈퇴)를 확고히 하는 발언들을 하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파운드화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갑작스러운 탈퇴는) 절대 아니다"라고 시장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100만분의 일"이라는 발언도 되풀이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투자자들은 2016년 국민투표 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아직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외환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노딜 우려가 더 확산될 경우 조만간 파운드 당 1.20달러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같은 날 채권시장에서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653%까지 떨어지며 2016년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어떠한 예외사항도 없이 오는 10월31일자로 EU를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온 존슨 총리는 이미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이른바 전시 내각을 꾸린 상태다.


존슨 총리는 이날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합의한 기존 탈퇴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안 내 포함된 쟁점인) 안전장치(backstop)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분명한 사실"이라며 "합의안은 죽었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이 노딜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브렉시트를 이행할 확률은 올 초 40%에서 최근 47%까지 뛰어올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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