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아닌 '정부주도성장'…성장률 1% 넘겼지만 '모래성'

2분기 성장률, 1분기 기저효과로 1% 간신히 넘겨

항목별로 뜯어보면 '모래성'에 불과

정부가 떠받치고, 수입 줄어 순수출 증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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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창환 기자]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기저효과로 인해 1%(전기대비)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항목별로 뜯어보면 '모래성'에 불과하단 점에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에 맞먹는 충격을 주고 있다.


◆폭우 속, 홀로 우산 씌운 정부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대비 1.1%, 전년동기대비로는 2.1%였다. 정부가 성장률을 떠받치려 재정집행에 적극나서면서 정부 기여도가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전기대비로나 전년동기대비 모두 똑같이 나타났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투자와 소비와 침체되며 상대적으로 정부 역할이 부각됐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정부주도성장'이 돼 버린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올해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쓴 만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3분기엔 정부마저 우산을 못 씌워 줄거라는 게 한은 안팎의 판단이다.


반면 민간 기여도는 전기대비(-0.2%p)나 전년동기대비(0.3%p) 모두 부진한 모습이었다. 민간 투자부분(전기대비)만 따로 떼어보면 5분기 연속 마이너스 낙제점을 받았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2017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이후 작년부터 꺾이기 시작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석유화학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들도 경기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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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 증가도 '착시효과'

순수출(수출-수입)이 늘어난 것도 수입 감소에 따른 착시효과다. 이런 현상은 전년동기대비 성장률(2.1%)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중 순수출 기여도는 0.6%p였다. 수입(0.0%p)이 수출(0.6%p)보다 더 뒷걸음질 치며 순수출이 늘어나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반도체 설비투자 위축과 수출감소, 내수부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입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부터 수입감소가 수출 감소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역대 수입 감소는 경제가 극도로 침체 됐을 때 나타났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금액 기준으로 보면 1980년대 이후 총 9번의 수입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아베노믹스 위기, 유럽재정 위기, 서브프라임 위기, IT버블위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등이었다.


수출입 물가를 보면 수출 물가보다 수입 물가가 더 높았다. 이로인해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5%(전년동기대비)로 2009년 1분기(-2.5%)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원유 수입 가격이 오르고 반도체 수출 가격이 내렸다"며 "이로인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가 하락해 실질 GDI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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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불확실성 높아


2분기 성장률이 외연상으론 지난주 한은이 발표한 올해 2.2% 성장률 전망치 중 상반기 수치(1.9%)는 달성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가 문제다. 한은은 3ㆍ4분기를 합친 하반기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 3,4분기에 전분기 대비 각각 0.8~0.9%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면 올해 전망치인 2.2%이 나오게 된다"며 "미ㆍ중 무역분쟁 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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