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중·장기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해법으로 여겨졌던 '통화 완화정책'이 출산율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저출산ㆍ저물가 상황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통화 완화정책이 주택가격을 부추겨, 출산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경고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저물가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했다.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변수 외에도 디플레이션 우려 등도 전격적인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건너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구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경제학 연구를 소개하며, 이 같은 통화정책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는 2012년 통화증가율과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가 약해지는 반면 생산가능인구 증가율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유소년 인구가 줄어들 경우 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주택시장 가격 동향과 연결지었다.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 주택소유자의 출산율이 오르지만, 비소유자의 출산율이 낮아졌다. 가령 미국 사례를 보면 집값이 1만달러 오를 때 주택소유자의 경우 출산율이 5% 올랐지만, 비소유자는 2.4% 하락했다.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비소유자의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는 한국의 경우 큰 의미를 갖는다. 가임기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 상당수가 주택비소유자이기 때문이다. 2018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주택보유율은 33%에 불과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주택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주택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출산율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정책이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져 중ㆍ장기적으로 저물가 현상을 촉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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