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노선' 환승수요 두고 보폭 넓히는 외항사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유럽 등 장거리 노선 환승수요를 노린 외국항공사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각 국과의 항공회담 과정에서 '상호 호혜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국적항공사들도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및 중국계 항공사들이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저가(低價)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국의 허브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이지만 국적 항공사의 직항편에 비해 최소 20~30%나 저렴하다.

실제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성수기인 8월1일~5일 인천~런던(영국) 노선의 항공권 가격을 검색한 결과,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에미레이트항공 131만4800원(아부다비 경유), 중국국제항공 133만5800원(베이징 경유)에 불과했다. 이 기간 국적항공사의 항공권(직항) 가격은 170만원~200만원이다.


외항사들이 저가정책을 펴는 것은 환승 수요를 잡겠다는 의지다. 중동계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의 인천~중동 노선 탑승객 중 환승객 비중은 63~94%에 달한다.


외항사들의 저가 정책 원천이 보조금에 있다고 국적항공사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에선 중동 국가들이 지난 10년간 자국 항공사에 지급한 보조금 등 각종 지원규모가 520억달러(한화 5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도 지난해에만 2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들이 오일머니로 급격히 환승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이미 유럽연합(EU), 호주, 미국 등 국적 항공사 들도 줄줄히 직항노선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EU에서만 2000년 이후 8만개의 항공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외항사들의 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UAE는 내달 초 아부다비에서 국토교통부와 항공회담을 열 예정인데, 업계에선 UAE가 원자력발전소 사업 등을 매개로 추가운수권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UAE측이 최소 지방공항발 중동 노선의 운수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 편익과 지방 활성화란 관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자칫 이들이 '황소개구리'가 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회담과정에서) 상호 호혜라는 원칙 하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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