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첫 날…野 '北목선' '日경제보복' 질타…李총리 거듭사과(종합)

이낙연 "아베 총리 발언, 안보질서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발언" 항의
野, 정부 안일한 대응 지적…"부당한 조치 대외적으로 알리는 중, 우리도 카드 있어"
정경두, 北 목선 축소·은폐의혹 전면 부인…경계실패 거듭 사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임춘한 기자] 4개월여 만에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 사태와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을 집중 질타했다. 정부는 북한 목선 입항 관련 경계실패를 거듭 사과하면서도 축소·은폐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선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대북제제 위반 발언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우리도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의 최대 쟁점은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과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였다. 이와 관련해 이날 질문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앞다퉈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퇴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흡한 대처를 질책하고 나섰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됐으면 국민은 효과적이고 강력한 맞대응 조치를 기대할텐데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며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정부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음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이 "지금 TF는 일본의 보복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떤 피해로 나올지 분석해야될 필요가 있고 정부로서는 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하자 그는 "WTO 제소는 승소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정부에서 말하는 국내 소재부품산업 육성, 수입선 다변화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라는 이 의원의 질책에 머뭇대던 강 장관은 "구체적인 우리의 조치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말하는 건 우리 전략을 노출하는 결과가 된다"면서도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경중에 맞는 대응을 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는 쪽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며 "맞대응으로 나가 (일본과) 정말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중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특히 주요한 파트너에 대해서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다양한 외교적 틀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도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강경 조치가 예고됐음에도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WTO 제소는 필요하다"는 이낙연 총리의 답변에 "적어도 3년이 소요된다.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의 피해에 대해선 지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이 총리는 "외교적 협의를 포함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와 함께 최근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에 나선 이유로 대북제재 위반을 언급한 것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그는 "무역 뿐 아니라 안보에 관해서까지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칫 선을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랫동안 유지해온 안보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더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어떤 의도와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부 차원에서 항의를 섞어 질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당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꾸짖었다. 정부는 연신 몸을 낮추면서도 은폐 및 축소 의혹에 대해선 거듭 부인했다. 이날 자리에선 정 장관과 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요구도 나왔다.


이 총리는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은 경계실패를 한 것"이라며 "초기 판단이 안이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 총리는 "군이 지난달 17일 발표할 때 제목은 삼척항 인근인데 내용은 삼척항 방파제라고 돼있었다"며 "약간 흐리는 관행이라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못난 짓이고 질책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총리는 '군 발표가 아니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자료'였다고 정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야당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선 지난달 17일 군 발표 이전 해경의 첫 발표에서 '삼척항'으로 명시돼있다며 거듭 부인했다. 정 장관 역시 "분명한 것은 은폐, 축소 의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국회 국정조사에 대해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만 밝혔다. 정 장관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뜻을 깊게 새기고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 역시 사퇴요구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판단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의 성과를 치켜세우는 한편 야당을 비판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한반도에 기억같은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장면이다. 야당도 꼼짝 못하고 지켜봤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도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문 대통령을 '객(客)'으로 폄하한 한국당의 평가에 봉준호 감독을 언급하며 "판문점 회담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연보다 연출을 선택한 것이다. 진정한 중재자의 역할이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가 주역이 되고 싶고 각광받고 싶은 것이 본능인데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가 중요하고 그것을 간절히 바라셨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지도자의 고뇌와 용기가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지적에 대해서도 "2년 사이에 정상회담이 8번, 통화를 20~30번 가량 했다는건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두 정상이 빈번히 소통하고 좋은 케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선 청문회 위증 논란의 중심에 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나왔다. 이에 이 총리는 "사실관계를 잘 모른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모른다는 얘기"라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10일에는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