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자협의' 요구에…묵묵부답인 日

대화 응하지 않을 경우 WTO 제소외 다른 선택지 없어

산업계 '원만한 협의' 촉구에 靑 강대강 방침 '엇박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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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와 관련해 대화를 요구한 산업통상자원부가 '플랜B'를 고심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양자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 측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략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열린 '일본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양자협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지난 2일 산업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 카운터파트에 양자협의를 제안한 이후 이틀 만에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상응조치' 혹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우리가 이미 언급한 맞대응 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대(對)일본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면밀하게 검토도 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만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전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에서 차분해진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유 본부장 주재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제한에 한국이 보복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 종료할 수 있는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이번 사태는 정치적인 이유로 불거졌지만 장기화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관련 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본 업계와 양국 정부의 원만한 협의를 촉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전날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는 이번 일본 수출규제 강화를 '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산업부가 업계와 청와대 사이에서 새로운 노선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회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재ㆍ부품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상정되지 않아 국회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까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는데, 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 특허심사소위에서는 소재 부품 산업 관련 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산업중기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을 찾으며 반도체 관련 입법을 담당해왔지만 이날 22건의 발의법안 중 10건은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4건은 액화석유가스 관련 법, 2건은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이었다.


외교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관계 부처 실장급 인사와 학계, 경제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1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열었다. 조정회의에 차관급 주재 외교안보분과위와 경제과학기술분과위를 설치해 이번 일본 수출규제 등 주제별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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