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재개 앞두고 '환율전쟁'하겠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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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ㆍ중 양국이 다음 주 중 고위급 실무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그러나 여전히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탓에 협상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다시 환율 조작 문제를 들고 나오며 관세로 시작한 무역 전쟁을 환율로 확대할 태세여서 당분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역 협상은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곧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대면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 무역 협상 대표단은 곧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전쟁 휴전에 이어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타결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낙관보다는 비관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글로벌경제 수석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어느 순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휴전 상태는 마치 폭풍의 눈과 같은 상태"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비둘기적 태도로 돌아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관세 전쟁을 환율 전쟁으로 확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유럽이 대규모 환율 조작 게임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의 시스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수십 년이나 해온 (환율 조작) 게임을 계속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앉아만 있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22일 달러당 0.8129유로였던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지난 7월1일 0.8861유로로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 역시 달러당 6.3350위안에서 6.8517위안으로 뛰었다. 달러 대비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두 통화 모두 그만큼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내적으로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


한편 올해 들어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상품ㆍ서비스수지 적자가 약 555억달러(계절 조정치ㆍ약 64조8600억원)로 전달보다 43억달러(8.4%)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인 544억달러보다 10억달러 이상 많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인 대중 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무역 적자는 늘었다"면서 "관세가 무역수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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