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겨냥한 경제보복, 아베가 강행…"WTO 규정에 일치" 주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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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경제보복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정합적(일치한다)"이라고 주장했다. WTO 협정 위반으로 제소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판결이 나온 지 8개월 만에 발표된 이번 조치는 한일 양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내각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와 측근의 의지에 따라 강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2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국가와 국가 간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 스스로도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손상된 것을 이유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외교문제를 경제문제로 엮은 이번 대응이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유무역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모든 조치는 WTO 규정에 정합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원칙'을 호소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도 않아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일본 내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잇따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자 지면 사설을 통해 "지금까지 자유무역을 주창해온 일본의 노력을 해칠 것"이라며 수출규제 등 통상정책을 국제정치의 도구로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은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전날 발표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이미 지난 5월 결정된 최종안에 따른 수순이자, 아베 총리와 측근의 강한 의지로 인해 강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가 한국 수출은 물론 일본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마지막에 총리 관저와 측근 의원의 강한 의향이 있었다"는 관계자의 발언도 덧붙였다. 수출 제한 외에도 관세 인상, 비자발급 엄격화 등이 카드로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동한 것과 관련해 "북ㆍ미 프로세스의 진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건을 달지 않고 김 위원장과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달해놨다"며 북ㆍ일 정상회담을 통한 납치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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