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못해 vs 결사 항전'…트럼프·시진핑 오사카 담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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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ㆍ중 무역전쟁의 분수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사카 담판'을 불과 하루 앞두고 오히려 양측 협상단의 분위기가 강 대 강의 대치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초강경 '대중국 매파'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협상단에 합류한 미국 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보내고 있다. 중국 역시 '균형 잡힌 합의'를 요구하면서 화웨이 제재 해제, 기존 관세 철폐, 미국산 상품 구매 축소 등을 거론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최소한 '휴전'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직전인 29일 오전 개최되는 미ㆍ중 정상 간 담판이 소득 없이 빈손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정상 간 무역 담판을 앞두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중 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나바로 국장을 동행시켰다. 미국 UC 어바인 공공정책ㆍ경제학 교수 출신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을 입안한 주인공이다.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와 책을 쓰는 등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는 대중국 초강경 매파로 꼽힌다.


나바로 국장의 이번 동행은 마치 지난 2월 말 긍정적 기대와 달리 결렬됐던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당시 대북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이 전격 배석했던 장면을 연상케 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WP는 "백악관이 협상팀에 나바로 국장을 가장 마지막으로 추가했다"면서 "중국 당국자들은 나바로 국장의 적대적인 태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또 다른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24일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균형 잡힌 합의라는 중국 측 요구를 일축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식재산권(IP) 침해를 비롯한 중국의 잘못된 관행 때문에 무역 전쟁이 시작된 만큼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CNBC에 "미ㆍ중 무역협상이 길어지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도 섣부른 양보는 없다며 결사항전의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3가지 조건을 고집하고 있어서 양국 정상 간 협상 타결 가능성에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달 미 상무부가 단행한 화웨이 제재 해제, 이미 부과한 보복 관세 철회, 미국산 상품 수입 요구량 축소 등을 이번 협상의 전제 또는 결과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양보는 없으며, 얻을 것은 얻어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다, 쉽사리 미국에 밀릴 경우 내부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등에 따른 판단이다. 앞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고 상호 우려를 고려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를 일축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전제조건은 없다.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 "협상이 실패하면 관세를 부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전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휴전 잠정 합의'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 내에선 정상 간 협상 결과 휴전 또는 갈등 완화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CBS 방송은 이날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부문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긴장 고조ㆍ완화 없이 당분간 휴전할 확률 50% ▲갈등 고조 확률 35% ▲긴장 완화 가능성 15%를 점쳤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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