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멘더링 Yes, 인구조사 시민권 No"…美 공화·민주 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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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간) 공화당ㆍ민주당 양당 구조인 미국 선거와 관련해 양 당의 희비가 엇갈리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주 입법체(의회)의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당파적 이해가 지나치게 표출되더라도(게리멘더링) 연방 법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보수 5명, 진보 4명의 대법관들의 정치 성향이 그대로 반영돼 5대4로 확정됐다.

연방대법원은 판결에서 "당파적 선거구 획정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더라도 연방법원의 관할권 밖"이라면서 "연방법원은 두 주요 정당 사이에 정치적 파워의 재배치에 대해 아무런 자격증도 헌법상 부여된 권한도 없으며, 정당들의 결정을 지시하고 제한할 법적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판결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절대 유리한 판결로 풀이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다른 판결에선 내년 인구조사때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문항에 추가시키겠다는 미 상무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3월 "투표법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내년 인구조사때 이같은 문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정부는 1950년 인구 조사 이후 시민권 문항을 삭제했었다. 민주당 등은 시민권이 없는 소수 인종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이민자들의 답변 거부로 인구 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부의 주장은 불충분했다"면서 인구 조사 응답률을 낮출 것이라는 반대편의 논리를 인용했다. 존 로버츠 수석대법관은 이번에는 진보성향 4명의 편을 들어줬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국은 약 200만 가구 이상, 약 650만명 이상의 인구가 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은 10년마다 한 번씩 해당 연도 4월1일 인구조사를 실시해 연방 하원의원 숫자와 선거구를 결정한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만 인구조사에 응답할 경우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백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이 유리해지고, 반대의 경우 흑인ㆍ히스패닉 등 소수민족의 지지도가 높은 민주당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 정부와, 실제로 국가가, 매우 비용이 들고 상세하고 중요한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에 대한 기본적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인구 조사 연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대법원이 이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인구조사를 연기할 수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위대한 국가로서, 누군가가 시민인지 아닌 지에 관해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정말로 믿을 수 있는가. 오직 미국에서만"이라고 덧붙였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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