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는 1이 아니다"…北 '숫자 중심사회' 역설

北신문 "오늘날 세계는 '숫자경제사회' 들어서"
"모든 사업은 과학적 계산과 타산에 기초해야"
"소수점 다섯자리 수도 정확히 계산해야"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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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매체들이 최근 숫자와 관련된 기사를 잇따라 실으며 '숫자 중심사회', '숫자경제'를 역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신력과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닌 숫자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강조함으로써 사회경제 전반을 효율화·과학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래 줄곧 강조해온 과학기술 기반 경제발전론과도 닿아 있다.


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숫자(숫자)경제의 발전을 지향하는 국제사회'라는 기사를 통해 "경제의 숫자화는 모든 경제부문을 정보화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계산을 통해 경영활동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진행해나갈수 있게 한다"면서 "그런 것으로 하여 지금 많은 나라에서 숫자경제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독일과 중국, 러시아 등이 "숫자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세계가 숫자경제사회에 들어섰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된 견해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2일에는 '숫자를 중시하는 사회적기풍확립에서 중요한 문제'라는 논설 기사를 통해 '숫자 중심사회'를 역설했다. 신문은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온갖 낡고 뒤떨어진것들을 쓸어버리고 모든 것을 강국건설의 높이에 맞게 창조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된바람이 일고 있다"면서 '숫자'를 그 중심에 세웠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사회적으로 숫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온 사회에 숫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운다는것은 일군(일꾼)들과 근로자들이 경제건설과 관리운영을 비롯하여 모든 사업을 과학적인 계산과 타산에 기초하여 효율적으로 깐지게(야무지게) 해나가는 것을 생활화, 습성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숫자를 중시하는 기풍을 세우는 목적은 단순히 숫자적인 장악과 계산, 분석을 통하여 모든 사업을 정량적으로 진행하자는데만 있지 않다"면서 "보다 중요하게는 우리의 모든 공업을 숫자를 중시하는 공업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최단기간에 경제강국건설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하자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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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대한 강조는 16일자 '숫자와 애국'이라는 수필형 기사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기사는 어느날 원산구두공장에서 기자와 만난 노동자와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


한 노동자는 "오늘 우리는 하루계획을 119.658%밖에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좀더 힘썼더라면…"이라고 말한다.


이에 기자는 '하루계획을 당당하게 넘쳐 수행하였건만 소수점아래 세자리수까지 따져가며 스스로 자신을 질책하는 그의 말을 듣느라니 머리가 숙어졌다'고 되뇌이면서 구두공장 노동자에게 "그러니 120%는 수행한 셈입니다"고 격려해준다.


그러나 구두공장 노동자는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된다는 겁니까. 소수점 아래 세 자리수 지어 다섯자리 수 일지라도 정확히 계산해야지요. 그 작은 숫자들도 다 우리 공장 사람들이 깨끗한 양심과 땀으로 새기는것인데 어떻게 반올림으로 더 불쿨(불릴)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례를 제시하면서 신문은 "사람마다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실적은 누구에게나 꼭같이 숫자로 표현된다"면서 "직장의 일별, 월별, 분기별생산숫자에 어려있는 그의 보석같은 땀방울의 무게를 무엇으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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