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초월번역 - 원문을 뛰어넘는 번역의 힘

영화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직후 한국어 대사의 느낌과 정서를 외국 문화에 맞게 구현해낸 번역의 예술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직후 한국어 대사의 느낌과 정서를 외국 문화에 맞게 구현해낸 번역의 예술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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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맨부커상, 지난 2016년 인터내셔널 부문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선정하며 심사위원장이 남긴 말은 “놀라운 번역에 의해 이 기묘하고 빛나는 작품이 영어로 제 목소리를 완벽히 찾았다”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화 ‘기생충’ 역시 외국인들도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외국 문화와 한국적 정서가 잘 어우러진 번역이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특히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Ramdong’으로 번역한 대목은 탁월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정도였다.


초월번역은 원문의 의미, 느낌을 직역한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 번역을 뜻하는 말로 창작 이상의 창의적 번역 작품을 만났을 때 쓰는 표현이다. 국내 뮤지컬 넘버 중 가장 유명한 곡인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는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리는데, 브로드웨이 공연 원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지킬 박사가 자신에게 실험을 감행하며 선과 악의 완전한 분리를 확신하는 내용이나 국내판 번역 가사가 유려하게 표현돼 뜻밖의 큰 인기를 얻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BTS의 성공에는 한국어 못지않게 아름다운 영어 가사가 외국 팬들에게 정확히 전달된 힘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소수어인 한국어로 제작된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 뒤엔 예술의 경지에 이른 번역의 힘이 있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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