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로 '균일가 3달러' 혁신 일으킨 '브랜드리스'

[히든業스토리]창업 2년 만에 구글, 소프트뱅크로부터 3500억원 투자 받아
마케팅비용·유통마진 줄여 단 돈 '3달러' 균일가 혁신
전문가 "아마존에 대적 가능한 유일한 유통업체"라 분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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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창업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구글 벤처스, 소프트뱅크 등 대형 투자사로부터 3억 달러(약 352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미국 '브랜드리스(Brandless)'가 그 주인공이다. 음식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350여 가지의 제품들을 단 돈 '3달러(약 3500원)'에 판매하면서 가성비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리스는 티나 샤키(Tina Sharkey)와 이도 레플러(Ido Leffler)가 지난 2017년 7월 '생활용품의 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생각으로 오픈한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다. 생활용품만큼은 질 좋은 제품을 누구나 평등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저가격 고품질 - 유기농·친환경 제품이 '3달러'

브랜드리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정당한 가치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리스에서 판매하는 350여 가지 제품들의 제품은 모두 3달러다. 단가가 3달러보다 저렴한 제품들은 3달러어치로 맞춰 판매한다. 최소 가치와 최고 품질의 중간 값이자 소비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3달러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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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임에도 품질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리스가 제시하고 있는 까다로운 품질 보증 과정을 거쳐야만 협력업체만 브랜드리스와 거래가 가능하다. 때문에 브랜드리스에서 판매 중인 것들은 유기농 소스,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로션, 친환경 오일 등 대부분 글루텐 프리(gluten-free), 비건(Vagan), 유전자변형 프리(GMO-free) 제품들이다. 가령 같은 GMO 프리 치약을 판매한다고 하면, 브랜드리스에서는 3달러지만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Amazon)에서는 7달러(약 8200원)에 구입해야 한다.


어떻게 3달러에 이런 고품질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걸까. 브랜드리스는 모든 제품을 자체 제작(PB)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해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면서 단가 자체를 낮췄다. 무엇보다 타사 제품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이 가능했던 비결은 바로 '브랜드세(Brand tax)'를 줄였기 때문이다. 브랜드세는 물류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외에 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브랜드리스는 이 브랜드세를 '낭비'라고 말한다. 때문에 따로 홍보나 광고 없이 SNS와 입소문에 맡겼다. 가격에 비해 질 좋은 상품을 판매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밀레니얼 세대 취향저격

브랜드리스의 경영철학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브랜드리스가 거품 뺀 가격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브랜드리스의 고객은 대다수 젊은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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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품을 단순화한 것도 밀레니얼 세대에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의 무인양품 로고리스 제품들에서 착안해 제품 패키징은 겉면에 큰 글씨체로 제품 이름과 성분이나 인증마크 등 간단한 제품 특성만 적었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거추장스러운 문구는 모두 생략했다. 게다가 350여 개 브랜드리스 제품들 중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아 여러 제품들 비교해 사야하는 소비자들의 번거로움도 줄였다.


최근 사회적 기업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에도 동참했다. 브랜드리스는 비모어(B.MORE)라는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36달러(약 4만2000원) 유료 회원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서비스와 더불어 소비자들은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구독료의 일부 금액이 미국 최대 규모의 기아구호단체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를 통해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기부되는 방식이다.

브랜드리스가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통 공룡 아마존을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것을 파는 가게(Everything store)'라는 별명처럼 아마존은 화려한 제품군과 천문학적인 숫자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세계 1위 업체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최근 이름값보다는 제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리스가 아마존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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