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伊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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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세. 제피렐리의 아들인 루치아노는 15일(현지시간) 아버지가 로마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제피렐리의 재단 또한 그가 지병인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홈페이지에 ‘잘 가세요, 거장(Ciao Maestro)’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토스카’ 등 오페라 연출자로도 유명하다. 제피렐리는 1923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태어났다. 플로렌스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극장 설계를 맡으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운영하는 극단에 들어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트로일루스와 크리세’ 등 연극의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고, 비스콘티 감독의 ‘흔들리는 대지’ 등에 조연출로 참여했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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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광량이 길들이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울 만큼 흥행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무명이었던 올리비아 핫세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제피렐리는 이밖에도 ‘햄릿’, ‘티 위드 무솔리니’, ‘나사렛 예수’, ‘끝없는 사랑’, ‘성 프란체스코’, ‘챔프’ 등 영화 약 스무 편을 연출했다.


그는 오페라 영화 감독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소프라노 테리사 스트라타스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연한 영화 ‘라 트라비아타’는 오스카상 세 부문 후보에 올랐다. 초기에는 비교적 가벼운 작품들을 다뤘으나, 1960년대부터 아이다, 토스카 등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연출했다. 문화 예술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영화와 예술, 미(美)의 이탈리아 대사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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