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고집에…EU, 결국 4.7조 과징금 물릴 듯

EU집행위, 26일 께 시정절차 개시 권고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막대한 부채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골칫거리가 된 이탈리아가 결국 최대 35억유로(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이어진 유럽연합(EU)의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을 고수하며 갈등이 심화된 결과다.


특히 이탈리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이탈렉시트(Italexitㆍ이탈리아의 EU 탈퇴) 리스크로 차입비용까지 치솟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DPA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행정부인 EU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재무부 장관 회의를 앞두고 과도한 재정지출 계획을 고수하는 이탈리아를 제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U집행위는 조만간 이탈리아에 재정지출 수정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후, 회원국을 대상으로 '초과 재정적자 시정절차(EDP)' 착수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이탈리아는 최대 35억유로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주요 외신은 이탈리아 정부 측과 최종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시 오는 26일께 EDP 절차 개시 권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여름 휴회기간 전 마지막 EU 재무부 장관 회의가 열리는 7월8~9일 제재조치가 확정될 전망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가 불안정한(unsound)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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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와 EU는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부채를 둘러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EU는 특정 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60%로 설정 중이지만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2018년을 기준으로 GDP의 132%에 달한다. 여기에 포퓰리즘 정부가 총선 당시 공약이었던 감세, 소득지원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향후 부채비율은 135%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로, 재정적자 비율은 2.7%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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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는 최근 역내 이탈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공공부채 비율 1위인) 그리스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탈리아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살펴보면 3분의 1 이상이 역내 이탈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재정건전성이 점점 개선되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데 반해 이탈리아는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또 다른 기사에서도 "부가가치세 인상안 취소, 감세 등을 추진 중인 이탈리아 정부는 향후 부채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더 늘릴 것"이라며 "EU의 시정권고와 반대노선"이라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반(反)EU 노선을 강조하는 이탈리아 정부의 최근 행보가 경제성장보다는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내부결속을 의도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연일 EU 재정규율을 비판해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최근 유로화 외 대체통화를 병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탈렉시트 논란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 시정절차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EU 당국이 이탈리아 경제정책을 비판하기 전에 자국 정부의 설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U 측의 한 소식통은 "이탈리아가 새로운 제안을 할 경우 EU집행위는 시정절차에 나서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의 제안이 EU의 시정절차를 막기엔 충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가 자국 부채 축소에 큰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EU가 추진 중인 각종 유로존 경제, 재정개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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