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145> 금연이 준비해둔 선물

생명체에 유해한 물질을 총칭하여 독성물질 혹은 독소라고 부르는데, 독성물질은 주로 외부에서 들어오지만, 일부는 몸 안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독소는 주로 호흡기관과 소화기관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와 질병을 일으키는데, 그 가운데 으뜸이 되는 것이 담배연기다.


우리 몸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나쁜 물질을 기도(氣道)에 준비해둔 점액과 섬모를 이용하여 몸 밖으로 내보낸다(생명이야기 144편 참조). 담배가 몸에 나쁜 가장 큰 이유는 담배연기 속 유해물질들이 기도의 섬모를 훼손시키기 때문인데, 이 보호막이 무력화되면 유해 물질을 내보낼 수 없으므로 몸이 병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구나 담배연기에는 섬모가 걸러내기 어려운 기체 형태의 유해 화학물질이 다수 들어있어 허파꽈리를 손상시키고 온 몸을 훼손한다.

담배가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흡연율도 꾸준히 떨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체로는 2001년 30.2%에서 2017년 22.3%로, 남자는 60.9%에서 38.1%로 낮아졌고, 여자는 5.2%에서 6.0%로 다소 높아졌는데, 여성 흡연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 등으로 여성 흡연율은 실제보다 낮게 집계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맞을 것이다.


2014년 EU국가들의 평균 흡연율은 18.4%인데, 남자는 21.9%, 여자는 15.1%였다. 미국은 1965년 42.4%에서 2017년 14%로 낮아졌다 한다. 통계 작성기준이 달라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19세 이상 성인 중 현재 흡연자를, 국제적으로는 15세 이상 매일 흡연자를 집계하는데, 우리나라 흡연율은 국제기준으로는 18.5%로 EU국가들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율이 별로 높지 않은데,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EU국가들 가운데서도 선진국들의 흡연율은 대체로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고,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남녀별로 보면 특히 2017년 우리나라 남자의 흡연율 38.1%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고, 세계적으로도 후진국들의 높은 흡연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의 높은 흡연율은 호흡기질환 사망자의 증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호흡기질환 사망자의 비율은 1990년 5.6%에서 2000년11.6%로, 2017년 18.0%로 높아졌으며, 증가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남녀 호흡기질환 사망자의 비율 차이(2000년 남자 13.6%, 여자 4.4%, 2017년 남자 20.7%, 여자 14.8%)는 흡연율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의 반이 흡연 때문에 죽을 정도로 담배연기는 치명적이다. 흡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선의 길은 처음부터 피우지 않는 것이며, 현재 피우는 사람이라면 바로 금연하는 것이 최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연구결과들은 금연 순간부터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기 시작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비흡연자에 근접해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흡연양이 많거나 흡연기간이 길수록 회복은 더디다.


금연하고 20분 지나면 심장박동과 혈압이 떨어지고, 12시간 뒤에는 혈액 속 일산화탄소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48시간이 지나면 후각과 미각이, 2주~4개월 뒤에는 혈액순환과 허파기능이 개선된다. 1~9개월이 지나면 기침과 숨 가쁨이 줄어들고, 1년이 지나면 심장질환 위험이 반으로 줄어든다. 5년 뒤에는 각종 암과 뇌졸중의 위험이 감소한다. 10년 뒤에는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의 반 이하로 줄고, 15년이 지나면 심장질환 위험이 비흡연자의 수준으로 개선된다.


금연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들은 금단현상이 견디기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흡연이 주는 치명적인 결과와 비교한다면 현명한 선택은 너무나 명확하지 않을까?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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