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와비파커'의 성공비결은

[히든業스토리]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
안경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방식 도입해 가격 5분의 1로 낮춰
개도국에 안경 기부, 시력검사 기술·판매 방법 전수해 '비콥'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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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창업 5년 만에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업체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꼽힌 회사가 있다. 안경유통회사 '와비파커(Warby Parker)'다.


와비파커는 2010년 미국 펜셀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동기 네 명이 '미국 안경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창업한 회사다.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길보아가 태국 여행 중 안경을 잃어버렸고, 새로 안경을 사기 아까웠던 그가 한 학기 동안 안경 없이 지내다 문득 “안경 값은 왜 비쌀까”라는 의문을 품은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다.

당시 네 명의 친구들은 비싼 안경 값의 구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룩소티카(Luxottica)'가 사실상 안경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룩소티카는 레이밴을 비롯한 샤넬, 프라다 등 50여 개 브랜드의 안경테 사용권을 가지고 있고, 같은 회사에서 제작부터 판매, 유통까지 도맡아 하고 있던 것. 여러 브랜드의 사용권을 한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다 보니 사실상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저렴한 제조 원가에 대량생산도 가능한 안경테가 굳이 비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룩소티카가 높은 마진율을 책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였지만, 유통구조도 문제였다. 결국 이들 네 명은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도록' 유통구조를 바꾸면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와비파커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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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혁신이 된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길보아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이다. 혁신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고 설명한다.

이런 정신을 토대로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고수했던 기존 안경업계와 달리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선택했다. 단순히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가장 쉬운 구조라고 생각했다.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단축시켰다.


가격은 ‘소비자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낄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미국 평균 안경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95달러(약 11만원)로 책정됐는데, 사실 원가보다는 '소비자들의 매력도'를 고려한 가격이다. 공동 창업자 닐 블루멘탈은 "시장조사 결과 100달러가 넘으면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99달러는 할인제품같아 보이기 때문에 95달러가 최종 낙점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경테를 착용해보지도 온라인으로 사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비파커는 3단계의 주문 과정을 거친다. 먼저 와비파커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에 드는 안경 5가지를 고르면 샘플이 집으로 배송된다. 그러면 고객은 5일 동안 안경을 착용해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하고 시력검사 결과와 눈 사이 거리 등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드는 배송비용은 와비파커가 부담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브랜드 론칭 48시간 만에 2000건의 주문이 들어왔고 창립 첫해에만 2만 개의 안경을 팔았다. 창립 3년차에는 25만 개, 2015년에는 100만 개를 돌파했다. 연간 1억 달러(약 11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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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를 올린 '착한 혁신'

와비파커는 객관적인 지표인 매출 등의 실적 외에 브랜드 가치도 상당히 높게 평가된다. 와비파커는 전 세계에 안경을 구매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7억 명을 외면하지 않았다. 안경을 기부할 경우 생산성과 교육수준이 35%까지 향상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라 와비파커는 안경을 하나 팔 때마다 추가로 한 개 금액을 저개발 국가에 기부하는 '바이 어 페어, 기브 어 페어(Buy a pair, give a pair)'를 실천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비전 스프링을 통해 안경 한 개가 팔릴 때마다 안경 한 개를 기부한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기부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와비파커는 시력검사 기술과 안경판매 방법을 전수해 개발도상국에서 직접 안경을 판매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기부를 받은 사람은 직접 안경을 판매하면서 생활력을 키우고, 지역민들은 저렴한 안경을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에 와비파커는 “모두 멋진 안경을 쓸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와비파커는 고객, 직원, 환경과 지역사회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비콥(B Corp)' 인증까지 받았고, 창업 7년 만에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낯선 소비자들을 위해서다. 지난 2013년 뉴욕에 처음 문을 연 와비파커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60여 개 매장을 오픈했다. 닐 블루멘탈은 향후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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