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성장과 분배의 공존은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에 대한 평가는 분야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높은 긍정 평가를 받은 분야는 복지정책(51%)과 대북정책(45%)으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평가가 가장 낮은 분야는 경제정책(23%), 공직자 인사(26%), 고용노동 정책(29%)이었으며 부정평가 역시 경제정책(62%)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방향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일자리중심 경제"로 복지와 분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선(先) 분배 후(後)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근무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취업자수 급감,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났으며 여전히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버스요금 인상과 같이 급격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연 분배를 통한 성장이 가능한 것일까? 국내 학계에서도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의는'서강학파'와 '학현학파'의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져 왔다. 서강대 교수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서강학파는 선 성장 후 분배를 주장하는 학자 집단으로 과거 수출중심, 중화학공업 육성을 이끌었다. 대표적 인물로 남덕우 전 국무총리,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등이 있다. 선 분배 후 성장을 주장하는 학현학파는 변형윤 교수를 따르는 서울대 출신의 진보경제학자들로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들 수 있다.


두 학파의 지난 2년간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온도차를 보이며 엇갈렸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지난 9일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나친 임금인상으로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규제 및 제도개혁을 통한 혁신과 투자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금개선을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노동생산성 제고가 먼저임을 강조했다.


반면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주최 심포지엄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이고 구체적 차원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며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함을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작동하기 위해서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경직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정책에 있어서 성장과 분배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는 1955년 발표한 논문에서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종국에는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쿠즈네츠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장기적 경제성장과 분배는 양립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지금껏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보던 사고를 깨고 성장과 분배가 공존할 수 있음을 깊게 고민할 때다.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경제성장으로 이끌어 나가되 동시에 복지정책으로 기업의 성장에 따른 증대된 세수를 기본소득(Basic Income)으로 최저생계비 보장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복지정책에 있어서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본다. 성장으로 맺은 열매를 골고루 나누어 가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극명하게 대립하는 진영논리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이제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이상근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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