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귀여운 도시락이 더 맛있는 게 학계의 정설'.
5월 초 봄나들이 도시락 수요를 겨냥해 출시된 세븐일레븐의 '카카오프렌즈 피크닉 도시락'은 그야말로 귀여움으로 완전무장한 상품이다. 도시락통 디자인부터 색상,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라이언' 캐릭터까지 어느 하나 귀엽지 않은 게 없다. 도시락에 동봉된 숟가락 겸 포크의 포장지에 써 있는 이 문구는 도시락의 콘셉트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그렇다. 이 도시락은 도시락 안의 음식보다는 귀여움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실한 도시락 구성을 기대하고 뚜껑을 연 사람은 다소 실망할 수가 있다. 도시락은 두 가지 버전이다. 기자가 구매한 라이언 도시락은 계란김밥과 튀김이 들어 있었다. 가운데 놓인 고추장 양념을 중심으로 총 6개의 계란김밥이 도시락 아래쪽에, 위쪽에 소형 튀김만두, 김말이튀김, 돈까스튀김, 야채튀김과 메추리알, 비엔나 소세지 크기의 미니핫도그가 각각 배치돼 있었다. 양이 적은 편인 여성들이라면 이 구성으로 충분히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남성이라면 다소 모자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밥과 튀김의 맛은 우리가 익히 예상한 그 맛이었다. 계란김밥은 달걀말이용 지단과 우엉, 당근, 게맛살 등 네 가지 재료만 들어있어 단촐했다. 김밥을 입에 넣고 씹으니 보드라운 달걀 지단이 인상적이었지만, 나머지는 일반적인 편의점 김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퀄리티였다. 윗줄에 있는 튀김류는 중간의 고추장 소스를 뿌린 후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라고 돼있지만, 그냥 튀김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 맛이었다. 아마 국물 떡볶이에 튀김을 찍어 먹는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따끈따끈한 국물 떡볶이에 찍어먹는 튀김 맛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가격이 3900원인 것을 생각하면 도시락 내용물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몇 백원만 더 보태면 고기와 야채반찬, 햅쌀밥이 가득한 다른 도시락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이 도시락의 존재 의의가 아예 없는 걸까. 그건 아니다. '가성비' 중심이었던 편의점 도시락의 의미가 어느새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은 저렴한 맛을 감수하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제품을 일부러 찾아 먹는 젊은이들이 늘었을 정도로 유행의 최첨단에 서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벌써 이 제품을 찾아 먹어 봤다는 인증샷이 넘쳐난다. 가성비보다는 '재미'와 '자랑'을 위해 소비하는 것. 누군가는 이런 트렌드를 비판할 수도 있지만, 단지 '귀여워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시락을 사 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가성비가 아닌 귀여움에 열광하는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3900원을 투자해도 괜찮다.
◆당신은 사야 해
#귀여운 것이라면 꼭 사서 '인증샷'을 찍고픈 당신
◆한 줄 느낌
#귀여운 도시락이 더 맛있진 않아
◆가격
#39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