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바꾼 간편식]10조 시장 잡아라…식품공룡들 '입맛 전쟁' 커졌다

가정간편식(HMR)ㆍ간편대용식(CMR) 시장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시대적 요인과 맞물려 편의성, 간편성, 건강성을 충족하며 식품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주요 유통업계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HMRㆍCMR 시장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시장은 국내를 국한하지 않는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한류 식품의 나아갈 길로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내 HMRㆍCMR 상품의 확대 및 개발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시아경제는 총 4회의 기획시리즈를 통해 HMRㆍCMR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현황과 HMR 시장의 트렌드, 주요 업체들의 기술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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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HMR 시장 10조원 육박

1인가구 급증·간편 조리·경제적…4900명 설문 "이용해 봤다" 82.7%

생산설비 확장·신제품 개발에 유통·식품기업들 대규모 투자

밀키트 시장도 2024년 7000억 전망…업계 "이제 성장 초입" 투자 확대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대한민국 식탁이 바뀌고 있다. 1~2인 가구,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늘어나고 나를 위한 소비라는 가치관이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가정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이 우리의 일상에 속속 스며들었다. 아침부터 야식까지, 밥상부터 제사상까지 HMR로 집밥 문화도 바뀌는 모습이다. HMR시장이 절정기를 맞이하면서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생산 설비 확장은 물론 신제품 개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수조 원의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HMR시장이 과거 인스턴트의 개념을 넘어 식품산업의 대세로 진화,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2023년 10조 시장 HMR, 일상을 바꾸다= HMR은 더 이상 한 끼 때우는 보조 식사가 아닌 집밥의 중심이 됐다. 건강식을 찾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제대로 된 식사로 HMR을 찾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HMR은 초기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국ㆍ탕 위주의 식문화와 소비자의 거부감을 넘을 기술력 부족 때문이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HMR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시장조사회사인 링크아즈텍 등에 따르면 국내 HMR시장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조원을 밑돌던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원을 넘어선 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심은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HMR시장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규모가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HMR은 조리 간편식과 반조리 간편식, 바로 먹는 신선간편식 등으로 구분한다. 간단히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리에 부담이 없다. 1인 가구나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HMR을 찾는 이유다. 재료를 구하거나 다듬고 요리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요리하기는 귀찮고 밖에서 외식하자니 탐탁지 않은 소비자에게 맞는다.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트렌드Y 가정간편식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 국민 4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HMR을 이용해봤다는 답변이 82.7%로 나타났다. 또 HMR을 찾는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지난해 전기밥솥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 뒷걸음질쳤다. 반면 HMR 소비 증가로 에어프라이어의 판매 신장률은 3389%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제 상황도 HMR을 키운 요인이 됐다. 혼자 또는 두 사람이 집에서 하루 한두 끼만 먹다 보니 재료나 음식이 남아서 버리게 된다. 필요한 만큼만 완제품을 구매해 먹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 HMR 제품을 사먹는 것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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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투자 속속 발표…끝없이 성장하는 HMR시장=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돈을 HMR에 쏟아붓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식음료업계 산업여신은 지난해 3~4분기 22조8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18조원 규모에서 3년 만에 4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로 국내 산업계가 전체적으로 설비투자를 급격히 줄이는 가운데 유독 식음료업계만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선점해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빨리 각인시키는 것이 향후 치열해질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전무한 상황에서 HMR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시장이라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완공한 충북 진천 공장에 2020년까지 총 5400억원을 투입, 생산 라인을 계속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의 공장 증설과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 등 HMR 관련 투자 비용은 향후 3~5년간 총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NS홈쇼핑은 100% 자회사인 하림식품으로 4000억원을 투입해 전북 익산 제4산업단지에 종합식품가공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롯데푸드도 2020년까지 총 930억원을 투입해 김천 공장 증설에 나선다. 롯데푸드는 2017년부터 평택 공장 증축에 400억원 넘게 투자한 바 있다. 오뚜기도 올해 610억원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또 풀무원, 농심, 동원F&B, 삼양식품, 대상 등 식품회사들은 물론 SPC, MP그룹 등 프랜차이즈업체, 빙그레나 동아오츠카 등 빙과ㆍ음료업체들까지 수백억 원대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2024년까지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밀키트(반조리음식)시장에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하고 매출을 올해 100억원, 3년 안에 1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2015년 국내 밀키트시장의 포문을 연 스타트업 프레시지도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용인 공장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업체들의 투자 금액 규모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HMR시장은 성장 초입 국면으로, 이를 선점하기 위해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외식업체까지 뛰어든 상황"이라며 "많은 공급자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HMR은 과거 인 스턴트 식품의 개념을 넘어 식품산업의 대세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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