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비실 10곳 중 4곳 냉·난방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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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시 아파트 경비실의 냉·난방기 설치율이 6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실 10곳 중 4곳의 경비원은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냉방기 없이 보낸 셈이다.


서울시는 9일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서울시 내 총 2187개 아파트 단지 경비실(8763개)의 냉·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단지 중 경비실에 냉·난방기를 100% 설치한 단지는 78%(1752단지 중 1369단지)로 경비실 냉·난방기 평균 설치율(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지당 경비실 수가 적은 소규모 단지가 대단지에 비해 냉·난방기 설치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냉·난방기 설치 예정인 127개 단지를 포함하면 평균 설치율은 7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설치율은 70%(2598실),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은 59%(2971실)로 강남지역의 설치율은 강북에 비해 11%포인트, 전체 평균보다도 5%포인트 더 낮게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북·종로·동대문·은평·강동·서대문·강남·중구·성동·마포 10개 자치구가 설치율과 유효응답률 모두에서 평균값 이상을 나타내며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구로·도봉·양천·관악·송파·노원 6개 자치구는 설치율 또는 유효응답률이 50% 이하를 보이며 하위그룹을 형성했다.


경비실 냉·난방기 미설치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주민 및 동대표 반대(54%)'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컸다. '예산 부족 및 장소 협소(31%)', '에너지 절약, 재건축 준비 중 등 기타(16%)'가 뒤를 이었다.


한편, 경비실과 별도로 휴게실은 총 2792개소가 설치됐으며 휴게실 1개소당 이용 경비원 수는 평균 6명으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경비원 수(1920명)는 가장 많았지만 휴게실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159개) 휴게실당 평균 이용 경비원 수(12명)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율을 높이기 위한 맞춤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미설치 사유의 절반 이상이 ‘주민 및 동대표의 반대’로 조사된 만큼, 노동인권적 관점에서 주민들의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는 목표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되데, 에어컨 없이 좁은 경비실 안에서 근무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폭염에 무방비 노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냉방기 설치로 폭염에 취약한 고령 경비노동자들의 근무 피로도가 완화되면 노동의 질이 향상되고 입주민에 대한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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