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게임중독 환자는 실재, 예방ㆍ진단 필요

최근 인터넷 게임중독 또는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질병분류기호 11차 개정판(ICD-11)에 그동안 많은 논란이 돼왔던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질병으로 포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중독으로 인한 사용장애는 '보상, 동기, 기억, 그리고 이와 관련된 뇌 회로의 일차적이며 만성적인 질환'이라고 미국중독의학협회는 정의하고 있다. 다른 중독 사용장애와 마찬가지로 게임사용장애 역시 '과도함' '조절 불능' '집착, 강박적 사용' '기능의 손상과 장해의 초래' 등의 의미가 진단 기준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게임 자체가 중독이 되느냐 논쟁은 인터넷 게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00년 초기부터 있어왔지만 의학적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일상생활,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중단하거나 조절하지 못할 때 게임사용장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게임을 일상생활, 사회적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는 수준으로 사용한다면 모두 게임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강원 춘천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1년간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초기 선별에서 일상적 게임 이용자로 분류됐던 청소년의 10%가 1년 후 문제성 게임 사용자로 바뀌었다. 게임을 과도하게 했던 문제성 게임 이용자의 15%는 1년 후에도 여전히 문제성 게임 사용자군에 해당됐고 우울, 불안, 학교부적응 및 충동성이 다른 청소년에 비해 매우 높았다.


게임 사용자 중 대부분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게임을 하고 상황에 따라서 게임을 더하기도 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 비율의 청소년에서는 게임의 사용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준인 것이다. ICD-11에서도 최소 12개월 이상의 게임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될 때만 진단을 내리도록 하고 있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요즘 게임사용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진료실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재미로 저녁 한나절 게임하는 것으로 오진 않는다. 자신도 게임을 줄이려고 애쓰고 PC방 출입을 스스로 금지하고, 친구 모임에도 제한적으로 참석하는 노력을 하는데도 순간 게임에 몰두하고,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학교, 직장의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면서 가정 내, 회사 내 여러 갈등이 반복적으로 초래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적인 부정적 결과가 지속될 때 병원을 찾는다. 조금 더 일찍 내원해서 적절한 치료와 개입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치료가 시작돼서 다행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게임의 과도하고 조절하지 못하는 사용으로 사회적, 정신적, 기능적 문제를 장기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임사용장애 환자는 실재한다. 이들 환자의 적절한 치료와 개입을 위해 게임사용장애의 공식 진단 과정은 꼭 필요하다. 나아가 게임사용장애의 분명한 진단과 이에 기초한 예방, 홍보, 조기 개입의 시스템 구축은 건강한 게임 이용자가 즐겁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더 이상 늦춰져선 안된다.


이상규 한림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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