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 지지부진한데 … 몸집 불리기엔 속도 내는 교육부

11년만에 차관보 신설 등 고위직 9명 증원 … 타부처 협업 필요 논리

조희연 교육감 "교육분권 역행" …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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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교육부의 권한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지지부진 한 가운데, 정작 교육부는 인력과 재정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문재인정부 2년간 주요성과 및 향후 추진방향'을 주제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회부총리로서 각 부처의 협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의제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동력이 매우 부족했다"며 "차관보 신설은 반드시 필요한 최소 인력으로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부는 차관보(1급) 자리를 11년만에 부활시키는 등 총 9명의 고위직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안은 행정안전부 심사를 통과하고 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심사를 받고 있다. 사회부총리를 맡고 있는 교육부 장관이 범부처 차원에서 사회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유 부총리는 "교육 문제가 교육부만의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관련 부처와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교육 분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도 많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금 시점에 교육부가 상층 인력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며 "교육부는 차관보 신설을 거둬들이고, 교육부ㆍ국가교육위ㆍ교육청의 조화로운 권한 구조를 짜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육계에서도 교육부가 권한을 내려놓는 데 소극적이면서 조직 개편을 이유로 인력을 확대하고 시도교육청에 미치는 영향력은 유지하려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현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구성, 초ㆍ중등교육 권한과 책임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감이 외고나 국제고, 자사고에 대한 지정ㆍ취소를 결정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도 폐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지정ㆍ취소 권한을 주면서도 장관 동의 부분은 양보하지 않고 있다.


또다른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으로 유ㆍ초ㆍ중등교육 전면 이양을 약속하면서도 여전히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자리에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을 배정하는 등 교육청 조직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은 유 부총리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는 "개정돼야 하는 법이나 시행규칙들을 바꿔가는 단계이고,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확보와 같이 중앙정부가 일관되게 시행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매뉴얼이나 지침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다시 교육지원청, 단위학교까지 교육자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논의도 순조롭지 않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일관된 교육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위원 구성과 숫자를 정하는 과정부터 야당과 이견을 보이면서 연내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교원단체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생수 급감으로 인한 학교 통폐합, 교원 양성과정 혁신까지 대책을 세우겠다면서 정작 본부 조직은 키운다는데 이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절실한 입시 문제나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실질적 대책보다, 사회 정책 총괄 업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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