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공짜" 저축銀, 돌아온 무이자 대출

페퍼저축銀, '페퍼루300' 출시
300만원 한도 연 8% 1년 대출
고신용자 모으려는 '킬러상품'
신용등급 하락 우려 실적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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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50일간 공짜로 빌려드립니다.’


저축은행 업계에 무이자 대출상품이 다시 등장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18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기념해 50일 간 무이자 혜택을 주는 ‘페퍼루300’이라는 모바일 앱 전용 대출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50일까지는 이자를 받지 않고, 이후 신용등급에 따라 연 7.1(1등급)~8.0%(5등급)의 이율이 적용된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만 19세 이상 직장인이면 누구나 3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기존 대출이 있어도 상관없다. 대출 기간은 12개월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이 상품을 저축은행을 처음 찾는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킬러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상시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비교적 신용이 좋은 직장인들이 무이자 유혹에 덜컥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일부 저축은행과 대형 대부업체가 앞다퉈 ‘30일 무이자 이벤트’를 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무이자 기간 내에 돈을 갚지 못하고, 오히려 신용등급만 떨어졌다는 것이다. 30일 무이자 대출의 ‘함정’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실제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30일 무이자 대출을 받은 94%가 30일 내에 돈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 최고금리(당시 연 27.9%)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돈을 갚아야 했다.


또 신용등급이 1등급인 고객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경우 신용등급이 평균 3.7등급 떨어졌다. 저축은행에서 받으면 평균 2.4등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무이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상품을 팔았던 업체 대표들은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 우려 때문에 아직까지 페퍼루300 판매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등급이 하락하는 등 불이익이 있어 고객들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들은 무이자 대출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도 예전에 논란이 크게 됐던 걸 알고 있을텐데 왜 이런 상품을 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상품 출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이자 대출은 권장하는 마케팅이 아니다”며 “상품 출시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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